[이슈추적]동해안 무인도 관광개발 추진 논란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53분


동해안에 인접한 무인도 32곳을 관광자원 등으로 개발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이들 무인도가 속한 강원도 5개 시군 가운데 강릉과 속초시는 ‘바다목장’ 등 각종 관광개발계획을 추진중이나 어민들과 환경단체, 일부 학자들은 바다환경을 치명적으로 훼손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강원도 산하 해양수산출장소는 4일 무인도 32개의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비 1억원을 강원도에 요청해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백도(白島) 금구도(金龜島) 조도(鳥島) 등 32개 무인도(총 면적 26만1000㎡)는 대부분 해안에서 1㎞ 이내에 위치해 일반 관광객의 접근이 쉬운 곳. 김모씨(44)가 소유하고 있는 고성군 현내면 연안의 무송정(茂松亭·1만㎡)을 제외하곤 무인도 대부분이 국유지다. 지금까지는 군사 목적 때문에 민간인의 접근이 금지돼 있었다.

속초시는 2003년까지 20억원을 투입해 속초 앞바다 1.5㎞에 있는 조도 30㏊에 인공어초와 인공동굴 등을 갖춘 바다관광목장을 조성키로 하고 스킨스쿠버 동호인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강릉시도 내년에 2억원을 들여 해안에서 50m 떨어진 사천면 사천진리 앞 뗏장 바위섬 (1930㎡)까지 다리를 놓고 동해안 유일의 해상 낚시터로 개발할 계획이다. 강릉시는 지난 여름 경포해수욕장 앞 오리바위에 다이빙시설을 설치해 해수욕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해양수산출장소 관계자는 “동해연안 무인도를 환경친화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해 청정 환경을 잃지 않는 건강한 해양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속초―고성―양양 환경연합운동연합의 이광조(李光祖·36) 사무국장은 “오랜 기간 인위적인 접근을 막아온 동해안 무인도들이 개발된다면 동해안도 타지역 일부 해안처럼 오염될 것”이라며 “일선 시군과 강원도가 환경친화적 이용을 내세우고 있으나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무인도는 현재 해초 서식지와 고기들의 산란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백화현상으로 인해 동해안의 사막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이때 무인도의 인위적 개발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강릉대 이규송(李奎松·36·생물학) 교수도 “우리는 아직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지 않게 개발하는 기술이 없다”며 “동해안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인 무인도까지 개발되면 우리 손에 남아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속초시 자망협회 최우영(崔禹榮·46) 회장은 “속초시가 개발을 추진하는 조도는 광어 도다리 놀래미 등 정착성 어종이 풍부하고 이름 모를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트는 곳”이라며 “스킨스쿠버들이 모여들면 옛 모습을 간직할 수 없다”며 개발계획을 반대했다.

강릉대 이창기(李昌基·43·관광경영학) 교수는 “동해안 무인도들은 값을 평가할 수 없는, 국내에 남은 가장 훌륭한 관광자원”이라며 “숙식을 금지하고 인위적인 개발을 최소화 한다면 제한적인 개방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한적 개발을 주장했다.

<강릉〓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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