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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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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집의 원래 취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문화적 현상의 두 주역을 한 광장에 초대해 의미 있는 소통을 모색해 보려는 것으로 필자는 이해했다. 그리고 이제 연재가 끝난 시점에서 보면 ‘충돌! 두 문화’가 그런 기획 의도를 일정 부분 이뤄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령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과 탤런트 김희선(10월2일자), 재야운동가 백기완(白基玩)씨와 4인조 그룹 ‘핑클’(10월23일자), 정양모(鄭良謨)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배우 최민수의 문화적 충돌은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괴리, 즉 원래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두 문화 현상 사이에 도사리고 있는 너무 큰 심연을 확인시켜 주었다.
결론적으로 ‘의미 있는 충돌’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치인과 인기 연예인, 순수문화인과 대중문화인의 결합의 의미 그 자체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너무 집필자의 일방통행식 진술로 한 순간 물리적으로 우연히 스쳐간 해프닝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 외에 자유민주민족회의 이철승(李哲承)대표상임의장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연배우 이영애를 접목시킨 경우는 그 시의성 때문에 금방 납득이 됐다.
물론 이런 판단에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화적 현상 사이의 폐쇄성도 한몫하고 있지만 좀 더 필자 선정에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하! 질병이야기’난의 자궁암편(11월1일자)에 실린 ‘남편 외도가 아내 암환자 만든다’는 그 제목으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또는 가령 암환자의 입장에서 이 기사를 접했다면 그 제목의 지나친 선정성이 기사의 내용과도 다소 거리가 있으면서 또 모든 여성 암환자가 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암환자가 된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정서적으로 올바르고 보다 더 섬세한 제목 뽑기가 요청되는 부분이다.
특히 헬스 면에서 의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는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제목은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시각에 따라 문제의 사안이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는 편집이 필요하다.
어떤 하나의 기사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말할 것도 없이 그 내용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편집 스타일도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의 책임에는 이런 스타일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은숙(시인·‘마음산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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