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쟁점토론]대형유통업체 셔틀버스 운행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45분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의 셔틀버스 운행을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간의 논쟁이 뜨겁다. 정부는 1일 당정협의를 갖고 백화점 등의 셔틀버스 운행을 내년부터 제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백화점 등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고 실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유통업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에 셔틀버스 운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운수업계와 중소 유통업계는 생존권 확보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찬성/고객편의-교통난해소 위해 필요 ▼

백화점은 전형적인 서비스업종으로 다양하고도 적정한 가격의 좋은 상품을 갖추고 소비자들에게 쾌적하고 안락한 생활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고 실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 유통업 본연의 역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소비자들이 백화점 셔틀버스의 지속적인 운행을 간곡히 바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80년대 후반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시킨 적이 있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극심한 교통혼잡과 엄청난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고 국민에게 큰 불편을 안겨준 경험이 있다.

셔틀버스 운행을 과거와 같이 중단시킨다면 아마도 당시와는 비교도 안될 극도의 혼란상이 곳곳에서 빚어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소비자의 편익을 무시하고 셔틀버스 운행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너무 지나친 규제이며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 입장에도 반하는 것이다.

또 현재 학원 병원 약국 스포츠센터 교회 호텔 예식장 대형식당들도 전국적으로 약 10만대의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셔틀버스(약 2500대)만 운행을 제한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백화점업계가 최근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5%가 셔틀버스의 계속적인 운행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셔틀버스가 재래시장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재래시장 위축이 순전히 셔틀버스 운행 때문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재래시장과 백화점은 취급 상품과 서비스가 엄연히 차별화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운수업계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그들의 경영 악화를 초래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셔틀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판단된다. 일례로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전화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전화사업자의 영업권 침해를 이유로 인터넷 무료전화를 금지한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가 아닌가.

그러나 백화점업계에서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라는 점과 지역경제가 균형있는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서 지난해 10월 말 셔틀버스 운행대수를 30% 줄였다. 또 운행횟수, 운행노선수, 운행거리 등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율 결의도 했다.

그동안 부산 광주 인천 수원 성남 등 많은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중재로 이해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해 셔틀버스를 운행해 온 경험이 있다.

이 같은 성공 사례를 근거로 해서 셔틀버스 운행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보다는 문제가 있다면 이를 찾아내 이해당사자 상호간의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성숙된 사회로서 바람직한 방법이다. 물론 셔틀버스의 운행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소모적인 대립보다는 서로가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조만간 일궈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두종(한국백화점협회 상근부회장)

▼ 반대/중소유통업-운수업자 빈사 위기 ▼

우리나라처럼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의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동안 셔틀버스는 골목마다 돌아다니며 저인망식으로 소비자를 싹쓸이해갔다.

그로 인해 지역경제는 빈사 직전에 놓여 있다. 셔틀버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지 않는 지역이 없다. 재래시장 상인 등 영세 유통인은 물론 노선버스 마을버스 택시 등 운수업자들의 경영악화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지방경제를 황폐화했다.

셔틀버스 운행이 금지됐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 법령은 백화점 등이 셔틀버스를 불법적으로 운행하다가 적발되면 1∼3회는 벌금을 물리고 4회째부터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단속기관의 감독이 소홀해 불법운행이 판을 쳤지만 단속은 단 한건도 없었다.

사실 운수업체를 비롯한 중소 유통인들은 셔틀버스 문제를 두고 생존권 차원에서 투쟁해왔다. 그러나 백화점 등에서는 소비자 편의성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생존권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를 그저 소비자의 편의성 차원, 좀더 솔직히 말하면 매출증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처참한 상황인가.

백화점측이 소비자를 무척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처럼 말하는 편리함의 이면에는 과소비가 숨어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알아야 한다. 또 셔틀버스 문제에는 재벌의 논리가 숨어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LG 등의 백화점과 이마트 마그넷 등의 대형 할인점은 모두 이 나라 재벌의 소유다. 이들은 셔틀버스라는 ‘거대 자본’을 앞세워 중소자본을 삼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숨기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방관자 노릇만 했다. 거의 모든 경제정책은 대기업과 재벌 위주로 펼쳐졌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한다는 말은 구두선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도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부당 염매행위와 과당 경품행사는 모든 언론매체에서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소비자 끌어모으기에 혈안이 된 나머지 1000원이 넘는 배추 한 묶음을 단돈 100원에 팔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품으로 내거는 것이 ‘아파트 한채’, 아니면 ‘1억원’이다. 고급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던 시절은 벌써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다. 일본에서는 구매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런 일들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셔틀버스 문제에서 드러난 것처럼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을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체계를 보다 확실히 해야 한다. 얼마 전 정부는 농협의 구조조정 자금으로 1조400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중소 유통인을 위해서는 팔짱만 끼고 있다. 공동 구매와 공동 배송을 위한 물류창고와 판매장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영세 상인을 위해 장기 임대해 주거나 소요자금을 장기 저리로 대출해 주는 등 발벗고 나서야 한다.

김경배(셔틀버스운행 근절 비상대책위 공동의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