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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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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됨으로써 시장의 관심이 은행주의 동향에 급격히 쏠리고 있다. 퇴출기업 명단발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데다 특히 대손충당금 적립액수가 확실해짐에 따라 은행과 투자자 입장에선 오히려 홀가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처리문제가 완결되지 않은 '미완성' 조정이라는 점이 바로 변수다. 정부의 공언대로 이들 양대 기업에 문제가 발생, 즉각 퇴출될 경우 은행권이 받는 충격 역시 대단히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된 이날 일단 은행업종지수는 전날보다 0.51포인트(0.44%) 상승한 114.94를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을 그대로 반영한 지수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면 은행주를 사야하나.
이에대해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한결같이 "기다리라"고 주문한다.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의 불확실성으로 당초의 '단기악재, 중장기 호재' 전망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한정태 대신증권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의 '회생설'이 나돌던 오전에는 "기업퇴출이 은행주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퇴출기업의 대부분이 규모가 적은 업체인데다 각 은행들이 이미 각종 회수부문의 50% 이상을 충당금으로 쌓아놓은데다 일부는 이미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는 게 '별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였다.
그러나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한 연구원은 "시장에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데 실패했다"고 잘라 말하며 특히 퇴출대상으로 거론되던 일부 중견기업을 지적하면서 "끌고가지 말아야할 기업을 끌고가는 것은 은행주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급과잉 부분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함으로써 내년에는 공적자금 투입할 명분도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서울증권의 관계자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기업퇴출로 인한 손실부담 우려로 은행주의 지속 상승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의 부도로 금융기관 대손충당금이 약 1조94억원에 달하는데 현대건설 등의 불확실성으로 은행권이 부담해야 할 규모는 엄청나게 증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건설 대한통운 등에 대한 예상 손실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현대건설 쌍용양회가 추가될 경우 은행의 부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증권도 은행주 전망에 대해 '악재'쪽에 무게비중을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충당금 적립비율을 70%로 가정할 경우 대부분 시중은행의 수정 주당순자산가치(BVPS)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한빛 외환은행의 경우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은행주는 주가로만 봐서는 대부분 액면가보다 낮아보이지만 업종별 변동률을 보면 증권 보험 등과 비교할 때 은행주의 조정폭은 적은 편"이라며 "은행주를 절대주가만 보고 저평가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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