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기자의백스테이지]밉지 않은 욕심쟁이, 박진영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2분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30). 지난 10월5일 1년6개월간의 공익 근무요원 복무를 마친 그는 지금 대학시절부터 사귄 아내와 프랑스 여행 중이다. 몽마르뜨 언덕에도 올랐을 것이고 세느 강가의 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를 누리고 있으리라.

팔자 좋다고 말할 분도 없지 않겠지만 그의 여행은 더 큰 일을 벌이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일 뿐이다. 아마도 그는 여행 중에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 게 뻔하다.

박진영은 일 욕심쟁이다. 9시간 동안 주차관리를 해야하는 공익 근무를 하는 와중에도 'G.O.D' '량현량하' 박지윤의 음반 프로듀싱을 하며 날밤을 샜을 정도다.

그의 일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연세대 정치학 대학원 2학기에 복학해 '시사평론가'의 꿈을 키워야 하고 'JYP 엔터테인먼트'의 제작자 겸 프로듀서로 신인 발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박진영의 이런 면모는 어느날 갑자기 생긴 건 아니다. 언젠가 인터뷰 도중 그는 자신을 '독한 놈'이라며 고등학교 때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배명고 재학시절 총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우등생이었던 그는 몰래 나이트 클럽을 드나들었는데 그 바람에 성적이 반에서 30등 밑으로 뚝 떨어졌다. 학력고사 100일을 남기고 정신을 차리자며 눈썹을 밀기까지 한 그는 하루 3시간만 자는 투혼(?)을 발휘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2집 청혼가(95)의 성공 이후 발표한 영어 앨범이 예상 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때였다. 기자와 술을 마시는 자리였는데 거나하게 술기운이 올랐을 무렵 박진영이 이렇게 말했다. "형, 이번 실패가 약이 됐다고 생각해. 이왕 하는 바에 최고가 되고 싶어."

그 얘기는 허풍이 아니었다. '그녀는 예뻤다'(97)로 화려하게 재기했고 흥겨운 펑키 리듬이 가미된 '허니'(98)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박진영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가수 외에 정치학을 공부할 생각"이라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의 성공은 끊임없는 일 욕심에서 비롯한 것 같다. 노래 만들기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스스로 프로듀싱을 해보고 이제는 후배 가수들을 육성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박진영은 숙부 박상천(전 법무장관)의 모습을 보며 대학원에 입학해 훗날 정치판에 뛰어들 준비도 하고 있다.

박진영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기까지는 최소한 2년은 걸릴 것 같다. 3년이 넘는 공백기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기자는 그가 과거보다 더 멋진 딴따라가 돼 돌아올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끝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도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황태훈<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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