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노점상 넘칠때가 주가 바닥?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50분


“구두닦이가 주식에 대해 얘기할 때가 바로 상투다.”

미국의 대공황직전 뉴욕 월가에서 주가향방을 점칠 때 인용되는 말이다. 실제로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부친이 월가에서 구두를 닦다가 주식얘기가 나오자 상투라고 판단하고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여의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종의 ‘거리지표’가 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한국노총 건물을 돌아 주택은행 앞까지 200m 가량의 인도(人道)에 노점상이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노점상수가 늘어납니다. IMF 위기 직후, 종합주가지수가 300선까지 하락했을 때는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많았지요. 아직은 그런 정도는 아니어서 주가가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요즘같이 늘어나는 추세로 봐서는 곧 그때만큼 넘쳐날 것이고, 그러면 주가도 바닥을 치고 상승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말입니다….”

모 증권사 김부장(44)이 말한 코스를 걸어보면 그의 얘기에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510대로 떨어진 10월 하순에 들어 평일에는 40개 안팎의 노점상이 손님의 발길을 기다린다. 증권시장이 문을 닫아 손님이 뚝 떨어지는 토요일에도 25개 가량이나 좌판을 벌여놓고 있다. 머리띠 시계 넥타이 양말 등 액세서리성 필수품에서 핸들커버같은 자동차 용품, 비디오테이프, 붕어빵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98년말 구조조정 물살에 휘말려 명예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돈으로 올 상반기까지는 주식투자를 해서 먹고 살만 했는데, 주가가 폭락하면서 종자돈을 잃었습니다. 그냥 굶을 수도 없어 노점상이나 하자고 이렇게 나왔습니다.” 한 노점상의 말은 여의도 노점상이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시켜준다.

여의도 증권맨들 사이에서는 ‘100 대 10의 룰’이 농담삼아 흘러다닌다. 종합주가지수가 100포인트 떨어지면 노점상도 10개 늘어난다는 것이다. 종합주가지수가 800대를 유지하던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노점상은 5개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매월 100포인트 가량 떨어지면서 현재는 40여개로 늘어났다.

모 투신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는 또 하나의 주가예측 지표를 갖고 있다. 바로 단란주점 여종업원의 팁. 8월까지만 해도 7만원이었는데 9월 들어 6만원으로 떨어졌다. 주가하락을 반영한 것이다. IMF 위기 직후에는 5만원까지 하락했었다. 그는 “팁이 5만원으로 떨어졌다는 말을 들으면 무조건 주식을 사라”며 여의도 생활에서 터득한 ‘투자의 지혜’라고 말한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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