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다으 터키 대사]"지진때 한국인도움 못잊어"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9시 08분


《터키는 6·25전쟁 당시 한국을 위해 피를 흘린 ‘혈맹국’. 그러나 터키가 우리 국민에게 제법 친숙한 나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여기에는 한국 사랑이 각별하고 친화력도 뛰어난 할릴 다으 주한 터키 대사의 공로도 컸다는 평. 4년여의 임기를 마치고 11월 1일 이임하는 다으 대사를 20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대사관을 찾아가 만나봤다.》

―4년간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됩니까.

“정년까지는 약 1년반 정도가 남았습니다만 저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터키와 한국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에 바칠 생각입니다. 우선 귀국하는 대로 ‘터키―한국친선협회’의 설립을 추진할 겁니다.”

다으 대사는 “지난해 터키가 지진참사를 당했을 때 한국이 보여준 뜨거운 우정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동아일보사와 ‘터키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터키 돕기 운동이 물밀 듯 일어났을 때를 회고하며 “지구상의 어느 외교관보다도 행복했다”고 토로했다. 고국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건넨 한국인의 우정을 생각하면서 당시 그는 눈시울을 적신 적도 많았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땠습니까. 한국사람들은 무뚝뚝해서 쉽게 친해지기 어렵다고도 합니다만….

“그런 평가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내가 만나본 한국사람은 대부분 친절하고 마음이 넉넉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터키와 비슷한 점이 많아 친숙하고 편안할 정도예요. 음식도 입맛에 꼭 맞고요. 특히 한국의 국 종류는 모두 좋아합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인지 단점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한국말은 서툰 편이지만 한국인 친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지방과의 교분도 많고 특히 수원시와는 명예시민일 정도로 가까운 사이.

―한국 문화에 대한 조예도 깊다면서요.

“그저 즐기는 정도지요. 특히 ‘난타’를 비롯해 한국의 북예술 공연을 좋아합니다. 그림은 산수화가 가장 끌려요.”

옆에 있던 비서가 다으 대사는 평소 지방에서 열리는 축제나 문화공연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가곤 하며 취미삼아 인사동에 나가 미술품을 구입하기도 한다고 거들었다. 귀국할 때 가져가려고 이미 한국화 수십점을 수집했다는 것.

―그동안 한국의 국가원수가 단 한차례도 터키를 방문하지 않는 등 양국관계가 소원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앞으로 양국관계의 전망을 해주시지요.

“그동안에도 한국과 터키는 매년 군 관계자들이 상호 방문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요. 지난해 터키 지진은 두 나라의 우정을 확인해 준 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 양국은 정치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좋은 파트너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터키정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터키 방문을 몇 차례 정중히 요청했으므로 곧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 이 대목에서 마음에 담은 할 말이 많은 것을 보니 그 역시 영락없는 외교관이었다.

그는 “한국이 경제위기를 겪는 것을 지켜보며 무척 마음이 아팠지만 곧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고 역시 한국인은 저력이 있는 민족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곧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에게 충고를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그동안 도와준 친구들을 포함해 전체 한국인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말로 대신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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