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대통령과 예술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31분


미국의 대통령들이 관저에서 사용하기 위해 골랐던 의자들은 그들의 정견과 성격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미국 역사상 백악관의 실내장식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주도권을 쥐었던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영부인이 아니라 대통령이었으며, 많은 대통령들은 제왕 같은 위풍을 풍기는 의자를 선호했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옹호자였던 앤드루 잭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존 케네디 대통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사실은 볼티모어 미술관에서 내년 1월 7일까지 열리고 있는 전시회 ‘권력, 정치, 그리고 스타일:대통령과 예술’에서 발견할 수 있는 놀라움 중의 하나이다. 백악관 건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 전시회에는 역대 대통령 중 15명이 사용했던 그림 사진 가구 식기 의류 등 100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대통령의 거처에서 사용되었던 물건들 중 도자기와 유리그릇, 그리고 영부인이 취임식 무도회 때 입었던 드레스가 아닌 다른 물건들이 출품된 최초의 전시회이다.

이 전시회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정견과 취향 사이의 부조화는 이 전시회를 기획한 볼티모어 미술관의 큐레이터 제임스 애버트조차 놀라게 만들었다. 애버트씨는 5년전 이 전시회를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 대통령이 사용했던 가구들이 대통령 자신의 정치철학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의 경우에는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워싱턴의 제왕 같은 스타일은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정부를 원했던 그의 연방주의적 견해와 일치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전신 초상화에서도 그는 옥좌 앞에 영웅적인 포즈로 서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제퍼슨은 워싱턴과는 대조적으로 화려한 물건들을 경멸했으며, 대신 고전적인 단순함을 갖춘 가구들을 선택했다. 이는 그가 창립을 도왔던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적 교의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제왕 같은 스타일이 백악관에 다시 돌아온 것은 제퍼슨의 다음 다음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와 함께였다. 그는 백악관으로 이사를 하면서 금박 물이 뚝뚝 떨어지는 파리의 가구들을 마차에 가득 싣고 왔다.

이런 화려함은 앤드루 잭슨과 20세기의 대통령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나폴레옹의 옥좌를 더 크게 복사해서 갖고 있었다. 아직도 백악관에 남아있는 이 의자는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이 포즈를 취할 때 가장 즐겨 찾는 물건이었다.

애버트씨는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일부 물건들의 화려함을 이해하기가 아주 어려웠다”면서 “나는 시계가 18세기나 19세기에 멈춰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에 멋진 강철 의자를 갖다 놓는 대통령이 나타나기를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0/10/15/arts/15REIF.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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