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獨 폴머외무차관 "北 군축의사 美에 전달할 것"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44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끝나는 대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및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과 협의해 북한과의 수교 일정을 구체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독일의 고위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14일부터 사흘간 평양을 방문하고 내한한 루드거 폴머 외무차관은 18일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북한과 수교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과 언제쯤 수교하게 되는가.

“이달 말 한스 울리히 크라세 의회 외무분과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뒤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수교 전제조건이 충족된 것인가.

“독일은 수교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기준’으로 북한에 미사일 개발 포기를 비롯한 군비축소, 적극적인 남북대화, 인권단체 및 외국 언론인의 자유로운 북한 입국을 제시했다. 북한이 햇볕정책에 반응해 정상회담을 열었고 유엔기구 관계자가 방북하는 등 북에 제시한 조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생각한다.”

폴머 차관은 백남순(白南淳)외무상과 김정숙 조선노동당 국제부장 등과 회담했다며 북측이 앞으로 속개될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군비축소 의사를 미국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식량 지원이나 경협 문제도 논의했는가.

“평양 남쪽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일 비정부기구(NGO) 대표로부터 북한이 올 겨울 자력으로 식량을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식량과 의료용품을 지원해야 한다.”

―현장에 가 보니 북한 사회가 변하고 있던가.

“북한의 고위 관리들이 남북관계에 대해 낙관하고 있고 북한이 좀더 개방돼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북한이 통일과 관련해 건설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14일 최수헌 외무부상이 주최한 만찬 때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듣고 건배를 제의했지만 대부분 덤덤한 표정이었다며 북측이 아직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폴머 차관은 자동차편으로 판문점을 통과해 방한할 예정이었지만 북측이 도로 사정이 나쁘다는 이유로 만류해 결국 비행기편으로 베이징을 거쳐 17일 서울에 도착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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