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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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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기본법의 핵심 내용과 의미는?
“과학기술은 경제의 메인 엔진이 됐다. 기본법은 지난해에 발족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중장기 비전 2025’를 바탕으로 범 국가차원에서 과학기술을 진흥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법은 기존 과학기술 관련법을 연계해, 투자 효율을 끌어올리고 연구소 대학 기업간의 협동과 경쟁을 촉진시킬 것이다. 또 과학 영재를 육성하고 여성의 참여를 극대화하며, 과학문화를 창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리고 5년마다 기본계획을 정비하게 된다.”
―장관 취임 1년 반 동안 가장 역점을 둬 추진한 일은?
“지금은 과학기술계가 국내외 환경의 변화 속에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가려야할 때이다. 연구소를 하나 만들면 영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미 대덕단지도 민간과 벤처 중심으로 탈바꿈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21세기 프론티어기술개발사업을 시작했다. 프론티어 사업단은 법인 형태로 책임자가 자율로 관리하며, 사업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했다. 또 능력이 있는 출연연구소 대학 기업의 연구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게 개방된 체제로 운영된다. 이 제도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연구자들에게 자극을 주게 될 것이다. 변하지 못하는 과학기술자들과 씨름하기보다 젊은 세대로 새 출발을 하려는 것이 프론티어 사업의 철학이다. 모든 연구비를 크레디트 카드로 결제하게 해 연구비 사용을 투명하게 한 것도 장관을 하면서 역점을 둔 일이다.”
―정부가 정부출연연구소를 공공, 기초, 산업기술이사회로 개편한 데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나?
“정부출연연구소가 있었기에 오늘날 대학과 기업의 연구 능력이 생겼다. 그러나 요즘에는 일거리가 떨어지고 비교 우위를 상실한 연구소도 생겼다. 연구소를 하나의 이사회에 소속시켰더라면 상호간에 제휴, M&A 등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년 예산이 많이 늘었는데 새로 펼칠 사업은 무엇인가?
“내년 연구개발 예산은 올해 대비 16.2%나 증가한 4조1천억 원으로 편성됐다. 정부 예산의 4.3%이다. 2002년까지 이 비중을 5%로 늘릴 계획이다. 기초연구 투자를 계속 확충하면서, 정보, 생명공학기술 다음으로는 우주기술에 도전한다. 곧 우주센터 후보지를 선정해 기본설계에 착수하고 2005년 소형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방침이다. 남북 긴장의 해소로 이제 우리도 떳떳하게 우주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생명공학의 규제 문제를 다룰 과기부의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민간단체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대책은?
“간디는 ‘인간성 없는 과학’을 7대 사회악의 하나로 꼽았다. 여기에 나는 ‘안전성 없는 기술’, ‘신뢰성 없는 정보’를 추가하고 싶다. 생명과학기술은 연구자들의 노리개가 아니다. 또 과학을 부정적으로 보아야 식견 있는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생명과학기술 전문가만의 위원회도 안되지만 이들이 배제된 위원회 역시 안 된다. 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 과학자와 기술자를 거부하려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나라는 10년 안에는 노벨 과학상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진정한 과학자는 절망하지 않는다. 내가 TDX, CDMA 등 국책사업을 맡았을 때도 성공한다고 믿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소리 없이 노력하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을 격려하고 싶다.”
―대통령은 과학기술자 우대를 공약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처럼 훈장 많이 주고 과학기술 명예의 전당을 짓는다고 해서 과학기술자들이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과학기술자들이 스스로 존경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대중을 상대로 강연, 저술 등의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도 존경 받는 길이다. 또한 대학 교수나 연구원도 나이가 들고 능력이 부치면 자신이 누려왔던 혜택을 과감히 후배에게 넘겨줘야 한다. 그래야 후배의 존경을 받을 수 있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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