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큰돈 굴려줍니다" 부티끄 성업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42분


D투신운용사의 펀드매니저 이모씨(35)는 얼마전 사표를 내고 다른 2명의 펀드매니저와 함께 컨설팅회사를 차렸다. 이씨는 국내에 선물시장이 도입될때부터 매매에 참여했던 ‘파생상품 1세대’로 투신운용사 시절 1000억원대의 차익거래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있다.

이 회사는 서울 강남의 거액 전주나 소규모 금융기관의 자금을 받아 선물 및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이처럼 전문 펀드매니저들이 거액전주들의 돈을 굴려주는 사설금융기관(일명 부티끄)이 성행하고 있다.부티끄란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사설 금융중개 형태로 전직 증권사 직원 등이 모여 주식 거래 중개와 기업공개 및 인수합병(M&A) 등을 알선하며 수수료를 챙기는 업체를 말한다.

올들어 주가폭락과 부동산경기 침체, 금리하락 등으로 마땅히 돈을 굴릴 만한 곳이 없어지면서 거액전주들이 더욱 몰리고 있다.

▽부티끄 구성 및 수익체계〓강남 부티끄는 통상 펀드매니저 3∼4명, 자금을 유치하는 마케팅담당자 2∼3명, 관리직 1∼2명으로 구성된다.

펀드매니저들은 대부분 투신운용사 및 증권사, 마케팅은 거액 고객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증권사 영업맨 출신들이다. 사무실은 당연히 강남 테헤란로 주변에 몰려있다.

맡긴 돈의 1%를 운용수수료로 받고 약정수익률은 연간 10∼12%. 약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초과분의 15∼30%를 성과급으로 받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자본금은 5억원 이상 30억원 미만으로 하고 형태도 투자자문사을 피한다. 자본금 30억원 이상 투자자문사는 고객과의 자문계약서를 감독당국에 내야 하고 반기 분기결산보고서 작성, 외부감사 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파생상품 시장의 주역으로 부상〓선물 및 옵션의 가장 큰 매력은 위험이 높은만큼 주가하락기에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

부티끄에서는 고객이 계좌를 개설하면 비밀번호를 받아 고객의 이름으로 거래한다. 대신 계좌개설시 출금이 부가능하도록 조건을 붙여 고객재산을 보호한다.

올 1월 41.2%에 불과했던 선물거래 개인비중이 10월들어 61.8%로 급증한 것은 부티끄 세력이 가담했기 때문. 이들은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기적인 선물시장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증권사 상품운용팀 관계자는 “선물지수가 소폭으로 오르내릴때 개인이 갑자기 한 호가에 400∼500계약 주문을 낼때가 있다. 400계약에는 최소한 210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티끄의 큰손이 들어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티끄들은 현물(주식)과 선물가격의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 선물―옵션간 가격차를 이용한 합성선물 거래를 주로 하며 위험을 줄이고 있다.

▽일부는 수익률이 높다〓이씨의 경우 고객들에게 통상 월 3% 수익을 약속한다. 하지만 월 5∼7%의 수익을 낸다. 9월에는 주가 변동폭이 워낙 커 수익률이 10%나 됐다.

하지만 모두 고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주식형 부티끄는 주가폭락과 함께 대부분 문을 닫았고 장외기업(프리코스닥)투자 부티끄도 투자자금 회수가 되지 않아 분위기가 썰렁하다. 현재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파생상품 부티끄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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