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우리의 소원' 작곡 안병원씨 "고국서 여생 마쳤으면"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6시 49분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우리의 소원'의 작곡가 안병원(安丙元·74)씨. 한국복지재단 토론토후원회장 자격으로 이 재단 52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고국을 찾은 그에게는 역설절인 소원이 있다.

"하루빨리 통일이 돼 이 노래가 흘러간 옛 노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소원은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노래를 만든 지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소원으로 남아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서울대 음대 재학중이던 47년 방송극작가였던 선친 안석주(安石柱·1950년 작고)씨와 함께 3·1절 기념 어린이 노래극을 준비하며 이 노래를 만든 안씨는 "아버지가 지은 노랫말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닌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었다"고 밝혔다. 그 노래가 1948년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리면서 '독립'이 '통일'로 바뀌었다는 것.

안씨는 "'우리의 소원'이 89년 임수경씨 방북 이후 북에서도 널리 불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88년과 89년 두차례에 걸쳐 김일성 주석의 초청의사를 한 교민으로부터 전해 들었지만 이산가족보다 먼저 북녘 땅을 밟는 것이 미안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경기여중고 숙명여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74년 캐나다로 이민, 교민 음악회 및 가톨릭 성가대를 지휘하며 음악활동을 계속해온 안씨는 91년 '통일교성곡'을 발표하기도 했고 지금도 통일에 대비해 온 겨레가 함께 부를 수 있는 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86년부터는 고국의 불우아동 후원을 시작, 3명을 자립시켰고 87년부터는 아예 한국복지재단 토론토후원회를 창립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99년 한해동안 313명의 토론토 교포들이 불우아동과 무의탁노인을 위해 모금해 전달한 돈이 6700여만원이다.

이제 고국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는 그는 "통일이 되는 날 마지막으로 불려질 '우리의 소원'을 지휘하고 싶다"고 말한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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