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백화점앞 '세일체증' 서울시민 고통가중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57분


‘서울은 지금 세일 중.’

가을철 할인행사가 한창인 서울시내 백화점을 찾는 차량들로 서울 전역에서 연일 극심한 교통체증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내 28개 백화점이 대부분 교통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어 백화점 앞 교통혼잡은 서울 전역의 교통흐름을 막는 ‘주범’이 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측은 “정확한 매출액 집계는 아직 어렵지만 지난해보다 3∼5% 정도 줄어든 수준”이라며 “그래도 세일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교통체증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실태〓11일 오후 6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정기세일이 계속되고 있는 백화점 앞 6차로 도로는 백화점을 오가는 차량들의 행렬로 북새통을 이뤘다.

게다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에 맞춰 최근 도로포장이 막 끝난 롯데호텔 앞 8차로는 차선이 아예 그려져 있지 않아 백화점으로 진입하는 차량들과 직진 방향의 차량들이 수시로 섞이는 바람에 이 일대 교통체증을 더욱 부채질했다.

백화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회사원 김성일씨(31)는 “세일기간의 백화점 주변 차로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차량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신촌로터리 부근의 현대백화점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 15일까지 세일행사를 갖는 이 백화점 앞의 8차로도 끝없이 이어진 차량들로 가득 찼다. 백화점이 문을 닫는 오후 8시가 되자 인파와 차량들이 한꺼번에 도로에 쏟아져 나오면서 늦은 시간까지 이 일대 도로의 차량들은 엉금엉금 기어야 했다.

더욱이 백화점 측이 입구 앞에 천막을 치고 사은품을 나눠줘 수백명의 고객이 백화점 앞 인도에 장사진을 치는 바람에 길 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았다. 이 같은 현상은 강남지역의 다른 대형 백화점 근처도 마찬가지다.

▽대책은 없나〓서울시는 “현재로서는 이를 막을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백화점 측에 고객들의 차량이용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강제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것.

서울시는 시설물 용도별로 혼잡비용을 계산하는 교통개발연구원의 연구결과가 올해 말경 나오는 대로 백화점 측에 물리는 교통유발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대형백화점에 부과되는 교통유발부담금은 연간 4억5000만원 정도. 이를 두 배로 올려 백화점 측의 자구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방침이다.

또 연내로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을 개정, 할인 행사 기간 중 백화점 주차장시설 이용을 제한하거나 주차가산금을 부과해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는 방법도 강구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 법령이 갖춰지는 내년부터는 백화점 세일기간 중 교통체증 문제를 일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