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통학길 숨 좀 돌렸으면…"

  • 입력 2000년 10월 8일 19시 08분


인천 서구 공촌동 대인고 1학년 이승호군(16)은 아침마다 ‘콩나물버스와의 전쟁’을 치른다.

7일 오전 6시30분경. 이군은 오늘도 학교에 가기 위해 인천 서구 석남동 집에서 나와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지만 만원버스에 몸을 비집어넣기란 쉽지 않다. 기다리던 만원버스는 정류장에 서지 않고 아예 그냥 통과해버린다. 이군은 등교시간에 대개 3∼4번 버스를 놓친 뒤에야 가까스로 버스에 올라타는데 성공한다.

인천 서구 연희, 백석, 검암동 일대 7개 중고교 학생들이 버스 부족과 교통체증으로 통학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서구의 북쪽 지역인 이 곳에는 현재 대인고 서인천고 한진실업고 인천여자공예고 백석고 등 5개 고교와 서곶중 백석중 등 2개 중학교가 가까이 모여 있다.

이들 학교를 다니는 1만5000여명의 학생 중 절반인 7500여명은 서구의 석남, 가좌, 신현, 가정동과 계양구 계산, 작전, 효성동, 부평구 청천동 등에 살면서 버스를 이용하는 통학생들. 이 곳으로 다니는 시내버스는 모두 12개 노선으로 적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 시내 중심가나 인근 택지개발지구에서 신개발지인 이 곳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간대와 등하교 시간대는 버스가 금방 만원이 돼버려 학생들이 제때 버스를 타지 못하고 30∼40분씩 기다리기 일쑤다.

이 때문에 이들 7개 학교 교사들은 5월 ‘서구 북부지역 학교주변 교통난 해소를 위한 연대모임’을 결성하고 6월 시와 구청, 의회 등에 진정서를 제출해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연대모임은 학교 쪽을 오가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노선을 3∼4회 늘리고 등하교 시간대에는 버스전용차로제와 가변차로제를 운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인고 박관순교사(47)는 “학생들이 지각을 많이 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학생들이 힘들게 통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 일대는 도로 부족과 인구 급증에 따른 차량증가로 정체가 극심한 만큼 노선버스 확대와 함께 도로신설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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