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LPG차 당장 팔아버리고 싶네요"

  • 입력 2000년 10월 8일 19시 08분


《“지도책을 들고 이리저리 헤매다 찾은 LPG충전소에서 내 차례가 올 때까지 10분씩 기다려 보세요. 정말 매일 울화통이 터져요. 거기다 가스값까지 올리겠다니….”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광고대행사 ‘세린SP’에 근무하는 김성근씨(41·경기 구리시 수택동)는 1년 전에 산 LPG 승합차를 이 달 안에는 기필코 팔아버릴 작정이다.

유지비가 적게 들어 경제적이라는 말을 듣고 산 LPG 차가 돈잡아먹고 짜증나게 하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씨가 LPG 차에 특혜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가스값이 두 배 이상 오른다고 해도 휘발유값에 비해 60% 정도밖에 안되니까 “왜 가스값을 올리느냐”고 따질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불편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LPG 차량은 전국적으로 15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폭증하고 있는데도 충전소가 늘어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 이제는 서울시내에서 혼잡통행료까지 받겠다고 하니….》

▽부족한 충전소, 횡포도 극심〓김씨는 8월 전남 진도로 피서를 떠났다가 낭패를 당했다. 전국 LPG충전소 안내지도까지 챙겨 출발했지만 운명적인 ‘충전 전쟁’을 피할 수 없었던 것. 가스가 떨어져 예정에 없던 광주 시내로 들어가 40여분을 헤맨 끝에 겨우 충전소를 찾았지만 차들이 밀려 있어 무려 40분을 기다리고서야 겨우 충전을 마칠 수 있었다.

실제 서울에 있는 가스충전소는 63곳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도 566곳에 불과해 지방 운전자의 경우에는 어려움이 더 크다. 수만개에 이르는 일반주유소 수와 비교하면 정말 어처구니없게 적은 수다.

“일반 주유소는 도처에 널려 있는데 가스충전소는 지도를 들고 찾아다녀야 한다니 얼마나 우스운 일입니까. LPG 차량이 전체 차량의 15%나 되는데도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 것은 말도 안돼요.”

더욱 참기 힘든 것은 충전소에서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영수증조차 발급하지 않는 것이다. 업무상 활동 때문에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가스충전소가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있는데다 영수증을 요청해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물론 주유소들이 흔히 주는 화장지 같은 사은품은 기대할 수도 없고, 정유사에서 제공하는 마일리지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

▽경제적 부담은 점점 증가〓ℓ당 주행거리가 10㎞에도 못 미치는데다 가스값도 현재 337원에서 2006년까지 ℓ당 767원까지 순차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현재 한 달에 20만원 정도 드는 연료비는 40만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 것.

여기에다 그동안 내지 않아도 됐던 7인승 이상의 차량에 대한 남산 1, 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를 내년부터 내야 한다. 영업활동을 위해 이 곳을 자주 다녀야 하는 김씨로서는 한 달에 5만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선택했던 LPG 차량의 장점은 점점 사라지고 불편만 더해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계속 LPG 차를 타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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