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日자위대, 후지산서 시뮬레이션 전투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05분


최근 일본 자위대 병사 300여명이 후지산으로 급파되었다. 중무장을 한 100여명의 침략자들이 이 아름다운 산의 정상을 점령했기 때문이었다. 이어 벌어진 이틀 동안의 전투에서 일본 육군은 참호를 파서 훌륭한 엄폐시설을 만든 적군과 상대가 되지 않아 많은 사상자를 냈다.

물론 이것은 컴퓨터 화면 속에서 진행된 시뮬레이션 전투였다. 이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일본군 사령관들은 근처 군사기지에서 전투의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컴퓨터 스크린에 나타난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위치와 행동을 관찰했다. 이 전투에서 진짜는 병사들뿐, 기관총과 지뢰에서 박격포에 이르기까지 나머지 모든 것은 정교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었다.

무선 통신 장치가 있는 헤드기어와 전자총을 갖춘 병사들이 전투 시뮬레이션 중에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을 때 이 사실을 병사들에게 알려준 것도 컴퓨터였다. 숨진 병사들은 전장에서 차려 자세로 서 있어야 했고, 부상자들은 임시로 만든 의무실로 급히 후송됐다.

일본 자위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제정된 헌법에 명시된 규정 때문에 자국의 방어 외에 군사적 공격을 가할 수가 없어 한 번도 실제 전투에 참가해본 적이 없다. 비록 일본의 과학기술과 풍부한 예산 덕분에 자위대는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군대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자위대가 헌법의 제약을 벗어나 진짜 군대가 되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후지산에서 사용된 전투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하는 데 1억4000만달러를 들였다. 이 복잡한 프로그램은 가상 지뢰와 박격포 등을 인식하는 간접 발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병사들의 움직임은 위성 시스템에 의해 파악된다. 일본 방위청의 유지 후지나와 장군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한반도의 분쟁과 일본이 몇 군데 섬의 주권을 놓고 러시아 및 중국과 벌이고 있는 해묵은 분쟁이 일본의 안보와 관련해서 중요한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0/10/01/technology/01JAP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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