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적절치 못한 제의

  • 입력 2000년 10월 2일 19시 04분


북한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남한의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과 ‘개별인사’들을 평양에 초청하겠다고 한 제의는 현재의 남북한 관계에 비춰볼 때 매우 적절치 못하다.

일부에서는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각계각층의 교류를 활성화하려는 뜻으로 좋게 봐도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제의내용이나 시기 방법 등으로 보아 합당한 제의라고 할 수 없다.

우선 북한측이 그런 제의를 한 저의에 의문이 간다. 북한이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을 내세우며 남한의 정당 사회단체 인사들에게 초청제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연례행사처럼 ‘정당 단체 연합회’ 등의 이름으로 ‘8·15축전’ 운운하며 서로 만나자고 했다. 그러나 그같은 제의들은 북한이 줄곧 추구한 통일전략전술의 일환이었다.

북한측의 이번 제의도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정부 정당 단체 합동회의’의 결의에 따른 것이다. 이 대회에서 채택한 결의문 역시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의 원칙아래 남북한 당국 정당 국내외 단체들이 모든 문제를 협의하고 해결해 나가자고 촉구하고 있다. 결의문에는 비록 6·15공동선언을 지지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나 전체적인 내용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노동당창건일에 초청을 하겠다는 제의이고 보면 더욱 거부감이 생긴다. 아직도 노동당규약은 ‘대남(對南)적화혁명’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의 남북한 관계를 봐서라도 그같은 제의는 적절치 않다. 그러잖아도 남북한 사이에는 회담의 빈도에 비해 본질적인 성과가 별로 없는 형편인데 또다른 이벤트성 제의를, 그것도 남한측의 의구심을 사는 제의를 해서야 되겠는가.

북한측의 제의 방법 또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한간에는 다양한 대화채널이 개설되어 있다. 정말 남북한 각계각층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제의를 하는 것이 옳은 순서일 것이다. 과거처럼 남쪽에서야 어떻게 생각하든 불쑥불쑥 방송만 하는 식의 대화태도는 시정되어야 한다.

북한측의 이번 제의는 내부적으로 ‘통일열기’를 고조시켜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의 분석처럼 6·15공동선언 이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시험’하겠다는 의도라면 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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