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묻지마 채권' 들어 봤나요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40분


올해초 은행 재테크팀장으로 있을 때의 얘기다.

환갑이 넘었을 것 같은 고객이 찾아와 자녀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을 물려주고 싶은데 자금출처조사와 증여세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당시 주저없이 추천한 상품이 이른바 ‘묻지마 채권’이다. 어떻게보면 세금 회피방법을 가르쳐 준 꼴이지만 정부가 금융실명법상 예외조항으로 인정한 무기명채권이기 때문에 극히 적법한 재테크 수단이다.

▽‘묻지마 채권’이란〓채권 발행시 실명확인절차를 생략한 무기명 장기채권으로 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 등이 면제된다. 채권을 매입한 소지인에 대해 어떤 돈으로 사게되었는지 국세청의 자금출처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97년과 98년에 고용안정채권 및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 예금보험기금채권, 부실채권정기금채권,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증권금융채권 등 6종이 발행됐다. 이중 시중에서 유통돼 개인들이 구입할 수 있는 채권은 증권금융채권과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 등이다.

▽어떤 혜택이 있나〓상속 증여세를 면제받는 방식은 두가지가 있다. 부모가 무기명채권을 구입한 뒤 자녀에게 이를 물려주는 방법과 부모가 자녀에게 자금을 상속 또는 증여한 뒤 자녀가 무기명채권을 사는 방법. 일반적으로 후자의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면 상속세나 증여세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자녀가 물려받는 재산으로 무기명채권을 살 경우 증여세 및 상속세가 면제된다. 즉 채권 취득 전에 성립한 어떤 세금도 부과하지 않는 금융실명법상의 특정채권이 ‘묻지마 채권’이다.

또 5년만기 채권이 33%(주민세포함)의 세율로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 분리과세 되는 반면 이 채권은 일반 금융소득에 대한 세율(16.5%)로 분리과세된다. 따라서 이 채권은 거액의 금융자산가들이 내년부터 재개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대비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자녀에게 사전 상속하기에 적절한 채권이다.

▽이자는 얼마나〓현재 이 채권은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 정도로 귀한 채권이 되어버렸다. 구하더라도 비싼 값을 치러야한다. 정상적인 채권이라면 만기까지 기간에 따라 더 싼 값에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채권은 오히려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거래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증권금융채권은 표면금리 6.5%로 만기가 2003년10월이다. 이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1만원당 1만3700원의 원리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채권이 현재 시중에서는 1만4000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무기명채권 매입시 유의점〓첫째 사채시장 등에서 만약 위조채권을 구입한다면 원금을 날릴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기관이나 법인 등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둘째 개인으로부터 취득하는 경우에 전에 종전에 채권을 갖고있던 사람이 보유기간 동안의 세금을 정산해야한다. 개인과 거래할때는 공정증서를 작성해 양도자의 보유기간을 명확히 하고 그때까지의 세금을 뺀 금액으로 채권을 사야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만기가 돼 채권을 상환할 경우 채권 전 기간(5년)에 대한 금융소득세를 모두 부담해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채권은 이론적인 채권가격보다 비싸게 사는 것이므로 채권을 사면서 면제받는 증여세 또는 상속세가 채권 프리미엄보다 커야한다. 만기까지 자금이 묶이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도 감안해야한다.

▽어디서 구입하나〓증권사와 투신사 창구에서 구입하면 된다. 만약 없다고 하면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개인적으로 예약해두는 것이 좋다. 거래 은행의 프라이빗뱅킹팀 등에 부탁을 할 수는 있지만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잘 구해주지 않는다. 사채시장에서도 구할 수 있으나 위험하기 때문에 가급적 금융기관의 중개나 소개를 받는 것이 좋다. 문의 02―2124―4960. <이규원 유니에셋닷컴 이사>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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