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총재가 만나 풀어라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50분


장기 파행해온 국회가 정상화할 모양이다. 한나라당은 어제 정국 경색을 풀기 위한 조건 없는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민주당은 국회 파행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여야 모두 국회정상화를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 운영위에서 국회법을 날치기처리해 촉발된 국회파행으로 시급히 다루고 처리했어야 할 현안들이 그대로 묻힌 채 국정은 한없이 표류했다. 위기감 속에 경제 사회 등 나라를 받치는 기둥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증시가 추락하고 ‘제2 IMF 위기설’이 급속히 퍼진 것도 국회파행과 무관치 않다.

그런데도 여당은 오만과 아집에 빠져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회 날치기나 선거비용 실사개입 발언 등 명백한 자신들의 잘못을 오히려 야당에 덮어씌우려 했는가 하면 한빛은행 대출의혹사건은 진실 규명보다 야당과의 기싸움 차원으로 몰아가 국회파행을 더욱 장기화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도 그렇다. 정국경색의 근본적인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고 야당이 이를 따지면서 집권세력의 실정 비리를 고발, 규탄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을 얻었으나 한편으로는 당장 처리해줘야 할 안건까지 외면한 채 언제까지 국회 밖으로만 돌 것이냐는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았다.

여야가 어제부터 국회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들어간 것도 이런 민심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버무려 넘길 게 아니라 분명히 진상을 밝혀내고 잘잘못을 따져야할 현안이 많지만 그렇다고 국회를 방치한다면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불안감이 국민사이에 깊이 퍼진 것을 새삼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민심을 읽었다면 국회정상화는 하루라도 빨리 이뤄내야 한다. 추경 임시국회를 통째로 까먹고 정기국회도 한달 가까이 허비한 만큼 국회를 조속히 연다는 원칙에 여야의 의견이 같다면 공연히 뜸들이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수회담도 조속히 개최하는 것이 좋다. 물론 우리는 그동안 영수회담이 상생(相生)의 정치를 약속하고는 금세 상살(相殺)의 정치로 치달아 비방의 대상이 된 예를 기억하고 있으므로 영수회담이 만능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정상화가 시급한 만큼 여야 영수들이 빨리 만나 그동안의 현안을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회담의 절차 따위로 또 다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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