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한국야구단과 카지노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56분


태릉선수촌장 장창선씨의 ‘사우나와의 싸움’은 1966년의 일이다. 톨레도 세계레슬링선수권 금메달이 몸무게로 가려질 상황에서 그는 ‘죽더라도’라는 정신력으로 땀을 빼내 100g차로 세계챔피언이 됐다.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그가 혹독한 훈련에 이어 끝내 사우나와의 싸움까지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정상의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스포츠 선수가 아니더라도 새겨둘 만한 정신력과 집념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힘과 정신력을 영광스럽게 구현하는 데는 올림픽에 비길 게 없을 것이다. 시드니올림픽에서도 산소마스크로 호흡 조절을 하며 금메달을 딴 선수가 나오는 등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올림픽 역사를 보면 들것에 실려나갈 정도로 간신히 경기를 마친 뒤 시상대에 선 선수도 있다. 또 체급경기 선수가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여러 주전자의 물을 마시는 얘기도 있다. 모두 올림피안의 자세를 보여준다.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다’는 쿠베르탱의 말은 올림피안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규정을 무시하는 등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은 어울리지 않는다. 승부의식도 없이 무성의한 자세로 경기를 하고 경기장 밖에서 추태를 보이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개인과 나라의 명예, 인류의 화합과 세계평화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올림픽에서는 허전하고 서운한 일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드림팀이란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야구단의 선수 일부가 18일 밤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정신상태로 무얼 하겠다는 것인가. 결과론이지만 다음날 세계최강 쿠바와의 경기에서 ‘조금만 더 집중했었더라면’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1996년 올림픽에서도 한국선수단은 물의를 빚었었다. 야구감독은 상대와 악수를 거부했고, 한 유도선수는 관중에 인사도 하지 않고 퇴장했으며, 농구단은 술을 마시고 형편없는 경기를 했다. ‘매너는 스포츠의 기본기’라는 말도 그때 나왔다. 올림픽선수단 부단장인 장창선씨는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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