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김준석/'요란한 빈수레' 노동부

  • 입력 2000년 9월 18일 18시 40분


“대통령께서 4대부문 개혁을 내년 2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8·15 경축사에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노동부도 내년 2월까지 노동개혁추진단을 구성해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습니다.”

김호진(金浩鎭)노동부장관은 1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정2기 노동개혁추진단’ 발족을 발표했다. 회견장에는 추진단에 포함된 관료들까지 배석해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김장관은 “개혁추진단 발족은 대통령 언급과 관련된 정부부처 중 노동부가 처음”이라고 강조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도 많은데 내년 2월로 시한을 못박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이미 진행해오던 사업들 아닌가. 주마가편으로 좀더 속도를 내자는 것이다.”

―관련업무를 해오던 공무원으로 추진단이 구성돼 있는데 도대체 달라지는 점이 뭔가.

“책임의식을 확실히 심어주자는 것이다. 그리고 추진단으로 묶이면 부서간 협조도 보다 잘 될 것이다.”

―노동문제의 남북교류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통일부와 협조하지 않고 추진해도 되나.

“중요한 것은 노동부가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은 통일부와 협조할 것이고 내년 2월까지 정책안만 나와도 성공이다. 설익은 내용을 너무 재촉하지 말라.”

결국 김장관 스스로 개혁추진단이 과시용에 불과함을 시인한 셈이었다.

노동부가 열거한 11대 과제 중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이미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중이고 12월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로 전임 장관이 약속했던 사안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도 당정협의를 거쳐 2002년부터 실시한다고 진작에 발표됐다. 중요한 것은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을 조율해 성과물을 내는 일이다.

참으로 의지가 있다면 새삼스레 추진단을 만든다고 거창하게 발표하지 않더라도 될 일은 될 것이다. 노동부의 경우는 일하는 내용이 빈약하니까 형식과 포장이 요란해지는 ‘관료병(病)’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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