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환경따라 변신" 로봇 개발 마크 임 박사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27분


평지에서는 탱크 바퀴처럼 굴러가다가, 계단을 만나면 뱀으로 변신해 기어오르고,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거미로 변하는 기상천외의 변신 로봇이 재미교포 2세 과학자에 의해 개발됐다.

화제의 주인공인 마크 임(36)박사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제록스 팔로알토연구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MIT가 발행하는 잡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지난해 11월 그를 차세대 신기술을 이끌고 나갈 100명의 젊은 이노베이터 가운데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임박사가 완성한 폴리봇(PolyBot)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24개의 모듈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모듈은 모터, PC 수준의 컴퓨터, 센서, 카메라를 갖고 있다. 이들이 헤쳐모여를 반복하면서 수백 가지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사람이 조립하는 레고와 달리, 폴리봇은 명령에 따라 스스로 모듈을 붙였다 떼어냈다 하면서 변신한다.

“내년부터는 레이저로 주위를 감지해 환경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스스로 변신하는 3세대 폴리봇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건물 붕괴 현장의 콘크리트 더미 속을 뱀처럼 비집고 들어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발견하면 방패로 변신해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려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청(DARPA)은 그가 고안해낸 모듈러 로봇에 큰 관심을 나타내 지난 98년부터 4백2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해 왔다. 임 박사는 제3세대 폴리봇을 화성 탐사나, 우주정거장에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는 또 모듈 하나를 쌀알처럼 작게 만들고 이를 수백, 수천 개 연결한 초소형 로봇을 만드는 장기적인 구상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로봇이 몸 속에 들어가 수술을 하는 꿈 같은 일이 이루어질지 모른다. 장난감 회사들도 그의 폴리봇을 모방한 장난감을 개발하고 있다.

그가 변신하는 로봇을 고안한 것은 스탠포드대에서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하면서. 로봇의 이동 기술을 연구하던 그는 모듈을 여러 개 붙여서 변신을 할 수 있게 하면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한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연구소 근처의 고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해 해마다 디즈니월드에서 열리는 로봇 경연대회에도 참가해 오고 있다. 보다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웍(kosen.oasis.or.kr)에서 볼 수 있다.

<팔로알토(캘리포니아)〓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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