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시월애>,사랑은 타임머신을 타고…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35분


CF처럼 예쁜 화면은 ‘시월애’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약점이 될 듯하다.

‘네온속으로 노을지다’이후 6년만에 새영화를 선보인 이현승 감독은 전작들에서처럼 ‘시월애’에서도 세련된 영상감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너무 예쁜 화면 탓일까. 남녀 주인공도 그 자신이 ‘풍경’인 CF모델같다. 쓸쓸한 분위기조차 감미로울 뿐, 마음을 움직이기엔 역부족.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時越愛)’이 테마지만, 비슷한 소재의 ‘동감’이 몇 달전 상영됐다는 것도 상당한 장애가 될 듯하다.

새 집에 사는 성현(이정재)에게 전에 살던 사람이라는 은주(전지현)에게서 편지가 오기 시작한다. 신기한 편지함을 매개로 과거의 남자와 현재의 여자가 연결된 것. 착하고 복고적인 정서가 깔려 있지만, 핏기없는 캐릭터, 어색한 문어투 대사, 예측가능한 전개 탓에 ‘시월애’는 결은 고와도 밋밋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은주가 성현의 사고를 막으려 달려오는 장면부터.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훼손하지 않기위해 자세한 내용을 여기 쓸 수는 없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은 참 이상하다. ‘해피 엔딩’을 위한 고육지책이라 해도 감정이 고조되는 클라이막스를 뒤엎는 결말이 꼭 필요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몇몇 시사회에서 클라이막스 순간에 눈시울이 빨개졌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저게 어떻게 된거니?”하고 황당해하는 여성관객이 많았다는 후문. 12세이상 관람가. 9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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