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식투자가 뭐길래…'개미'의 喜-悲

  • 입력 2000년 9월 6일 18시 27분


<<'투자수익률 2378%와 투자원금 손실률 77%’. 무대(주식시장)와 조건(주식시장 환경)은 똑같은데 이처럼 양 극단을 치닫는 결과가 나온 원인은 무엇일까. 개인투자자 두 사람의 투자방식을 추적해보면 해답이 나온다.>>

▼아 2378%!

전업 데이트레이더(초단기투자자) 정진석씨(31).

그는 최근 한화증권이 주최한 실전투자게임에서 3개월 보름여만(거래일기준 76일)에 2378%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1120만원의 투자원금으로 무려 2억6700만원을 벌어들인 것.

연초 이후 주가폭락으로 원금을 까먹거나 아예 ‘깡통’을 차는(원금 100% 손실) 개인투자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씨가 보여준 수익률은 선망의 대상.

하지만 그의 실전투자전략을 대다수 평범한 일반투자자들에게 모범케이스로 제시하기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정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전문투자자다. 그는 게임기간중 하루 평균 10∼30회정도 매매했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단기매매를 일반인들에게 권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않다.

다만 △손절매는 반드시 지키고 △자신이 아는 종목만 매매한다는 정씨의 투자경험은 귀감이 될 수 있다. 이 두가지 원칙은 주식투자자라면 ‘왜 중요한지’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

정씨 자신도 주식입문 초기엔 이 원칙을 지키지못해 97년말 투자원금 3000만원중 2800만원을 까먹고, 98년4월엔 1000만원으로 ‘재기’에 나섰다가 깡통을 찬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손절매를 잘 하면 더 좋은 종목이 눈에 들어오고 손실만회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미리 여러 종목을 선정,지속적으로 주가흐름을 체크하는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오, 내 원금!

주부 A모씨는 지난 7월12일 이후 주식시세표를 보지 않는다. 벌써 두달째다.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얼마나 더 떨어졌는지 ‘눈으로 확인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A씨는 처음엔 500만원으로 출발,약간의 수익에 감동하는 ‘새가슴’투자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신감이 붙은 나머지 몰빵투자(한 두종목에 투자원금을 쏟아붇는 것)도 쉽게 결정하는 ‘간 큰’ 투자자로 변신했다.

2월말∼3월초 남편의 퇴직금중간정산금과 빚을 내면서 투자규모를 늘린게 화근이었다.

당시 7000만원으로 코스닥종목 2∼3개에 집중투자했다가 270선을 고점으로 꺾이기 시작한 주가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 7월12일에 확인한 평가금액은 고작 1600만원 정도. 투자원금의 77%가량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다.

A씨의 실패케이스엔 원금손실로 고통받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실패요인이 골고루 들어 있었다. 예컨대 △‘느낌’으로 종목을 선택하고 △한 두종목에 투자원금을 쏟아붇고 △손절매는 엄두도 내지못했으며 △무리한 ‘물타기’로 손실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머리엔 ‘본전 생각’으로 가득하다는 A씨는 지금 혹독한 ‘투자후 증후군’을 앓고 있다. ‘원금회복’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현대증권투자클리닉센터 하용현부원장은 “3∼4개월전만 하더라도 원금의 50%만 축나면 손실폭이 큰 것으로 간주했으나 요즘엔 70∼80%손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하부원장은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원금집착이 강한데다 원칙없는 매매로 일관하는데, 이것이 몰빵투자와 물타기로 이어져 손실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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