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유럽 "세금내려 경제 살린다"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36분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 정부는 지난달 31일 내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1200억프랑(약 18조원) 상당의 세금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사민당 연립정권도 2월 2005년까지 730억마르크(약44조5000억원)의 세금을 경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뒤질세라 이탈리아 정부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 부담률을 프랑스(47.4%)나 독일(44%)보다 낮은 43%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벨기에도 2003년까지 32억4000만유로(약 3조3000억원)의 세금을 감면하고 최고 소득세율도 55%에서 50%로 낮출 계획이다.

이런 감세 경쟁은 99년1월 단일통화 도입 이후 자본 기업 노동력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고급 두뇌의 역내 유출을 막고 다국적 기업이나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속셈에서다.

유로 도입 이후 국제 경제 무대에서 화폐 평가절하 등 통화정책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가 불가능해지자 고용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노린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유럽연합(EU)〓EU집행위가 발표한 유로권 공공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유로권 11개국의 조세부담률은 GDP의 43.9%로 미국에 비해 14%포인트, 일본보다는 16%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U집행위는 최근 몇 년간 회원국들의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는 안정된 수준을 지켜 왔으나 근로소득세는 사회보장 지출의 확대로 평균 세 배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EU 15개국의 평균 근로소득세는 임금 대비 40%로 미국의 24%에 비해 16%포인트나 높아 유럽 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의 하나였다.

▽프랑스〓롤랑 파비우스 재무장관은 지난달 31일 감세 계획을 발표, 2003년까지 전체 납세자의 94%에게 평균 10%의 세금 인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세는 전부문 전계층을 대상으로 실시되나 중하류층 임금노동자의 세금 감면에 역점을 두고 있다. 최고 소득세율은 2003년까지 현행 54%에서 52.5%로 1.5%포인트 인하되나 최소 임금 노동자의 세금부담률은 3.5%포인트 줄어든다. 기업에 대한 법인세는 3년간 단계적으로 37%에서 33.3%까지 인하되며 10%의 법인소득 누진세와 자동차세는 아예 폐지됐다.

프랑스는 지난해의 경기 호황으로 307억프랑(약2조880억원)의 세금이 초과 징수돼 세금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 이번 조치가 내년의 지방자치 선거와 2002년의 대통령 선거에 대비한 포석이란 지적도 있다.

▽독일〓프랑스의 감세 조치가 영세 봉급생활자를 겨냥한 것이라면 독일의 세제 개혁은 기업 활동 촉진과 가계 구매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은 내년부터 당장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현행 40%에서 25%로 낮추고 기업 인수 합병 때 부과되는 자본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고소득자에 부과되는 최고 세율도 현행 53%에서 연내 51%, 2005년까지 42%로 낮추기로 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총리는 지난달 획기적인 감세안의 상원 통과를 어렵게 관철시켜 좌도 우도 아닌 ‘신중도노선’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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