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기자의 백스테이지]내 친구 록 아티스트 '신해철'

입력 2000-09-01 15:57수정 2009-09-2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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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컴백'에 가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또 하나의 '큰 나무'가 8월31일 한국을 떠났다. 신해철(33). 그가 새로 결성한 밴드 '비트겐슈타인'의 공연을 마치고 소리소문 없이 뉴욕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그의 화려한 경력을 비춰본다면 너무도 조용한 행보다.

기자와 신해철은 서울 영훈 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그때 신해철은 작지만 야무졌고 밴드부에서 트럼본을 불던 그런 아이였다. 신해철과 다시 만난 곳은 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였다. 그가 리더로 참여했던 '무한궤도'가 '그대에게'라는 노래로 대상을 거머쥐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공부 잘하고 모범생이던 그가 가수로 변신했다는 사실은 놀라웠고 한편으로 부러웠다.

신해철은 솔로를 거쳐 록밴드 '넥스트'로 자신의 꿈을 본격화했다. 친구 사이에서 기자 대 연예인으로 만난 것도 이 즈음이었다. 모 호텔에서 첫 인터뷰를 하게 된 그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신해철이 아니었다. 귀여운 인상은 간데 없고 긴 머리와 냉소적이고 차가운 눈매가 말 붙이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기자를 기자로 대하지 않았다. "자식! 편하게 하자. 뭘 알고 싶은데?" "언론 보도용은 이거고 요건 쓰지 마라" 이런 식이었다. 연례 행사 같은 만남이지만 그는 항상 친구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애쓰던 썩 괜찮은 녀석이었다.

97년 넥스트가 해체할 것이라고 제일 먼저 귀띔해 준 것도 그였다. 공식적인 해체 이유는 '발전적인 헤쳐 모여'였지만 그 속내는 달랐다. "음반 제작에 돈을 쏟아 붓는 등 물질적인 부담이 너무 커졌다"는 것.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닉네임 '크롬'으로 활동하다 99년 뉴욕에 새 둥지를 마련한 그를 다시 만난 건 지난 8월22일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는 지나치듯 "나야 뭐 지는 태양이지"라고 말했다. 그것은 광기 어리고 자신감 넘치던 예전의 신해철의 모습은 아니었다. 차분해졌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삶의 이치를 어느 정도 터득했다고 해야할까.

그는 "마음껏 음악을 하고 싶은데 제작비가 모자랄 때는 돈이 아쉽다"고도 했다. 지난 13년 동안 500만장의 음반을 팔았다는 그의 얘기를 과연 믿을 사람이 있을까. 다행이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여전해서 "비트겐슈타인으로 요즘 애들과 한번 붙어봐야지"라고 목소리를 높히기도 했다.

신해철은 '90년대 한국 록의 기수'였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만의 록 음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고 있다. 10월말이면 그가 그리고 있다는 복고와 첨단을 아우른 '비트겐슈타인' 1집이 나온다. 올해 33세가 된 록 아티스트 신해철이 어떤 음악세계를 펼쳐 보일지 기다려진다.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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