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현장21]네티즌과 충무로의 '강아지 전쟁'

  • 입력 2000년 9월 1일 11시 39분


구입후 일주일만에 죽은 한 네티즌의 강아지
구입후 일주일만에 죽은 한 네티즌의 강아지
네티즌들이 충무로와 격돌하고 있다.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강아지 이야기다.

충무로에서 강아지를 구입하고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는 인터넷에 ‘안티 충무로 사이트’를 오픈했고, 애견센터측은 근거없는 비방이라며 글이 삭제되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네티즌 의견▼

네티즌 ‘슈나언니’는 7월29일 충무로 A애견센터에서 슈나우저 암컷을 30만원에 구입했다. 강아지는 이 날 저녁부터 가벼운 구토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7월30일 저녁이 되어 증세가 점점 심해지자 그는 7월31일 아침 B동물병원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장염에 감염되었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 날 바로 구입처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고, 애견센터에서는 밥을 주지말고 하루 더 지켜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아지의 상태는 저녁이 돼도 호전되지 않았고 다음 날(8월1일)에는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결국 8월2일부터 C동물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정밀검사 후 장염(파보 바이러스)과 홍역에 2중 감염되었다고 진단했다.

그 후 사흘동안 계속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강아지는 8월5일 끝내 죽었다.

D씨는 99년 12월20일 충무로에서 골든리트리버 암컷을 50만원에 분양받았다. 그런데 다음날인 12월21일 강아지가 설사와 구토증세를 보여 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았다.

D씨는 적응을 못해서 그렇다는 애견센터의 말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12월27일까지 설사는 계속되었고, 이따금 구토 증상도 나타났다.

12월28일 병원진찰을 받자 구토와 설사에 의해 약 3%의 탈수증상이 있고, 장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12월29일에는 병원 통원치료 중 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12월30일 탈수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링겔을 투여했고, 파보키트(파보바이러스성 장염) 항원 검사를 실시하여 파보 바이러스성 장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결국 12월31일 오전 입원치료 중에 죽었다.

애견센터측에서는 파보장염일 리가 없고 수의사들이 무능해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애견센터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 동물병원에서 치료 중에 옮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애견센터에서는 20~25만원을 더 주고 재분양 받을 것을 요구했다.

충무로 애견센터에서 산 강아지가 금방 죽었다는 사례는 수 없이 많다.이러다 보니안티 사이트의 호응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8월19일 오픈, 하루에 200~300명씩 꾸준히 카운터를 올리더니 31일 현재 방문자수 4000명을 돌파했다.

열흘동안 접수된 피해사례만도 100건이 넘고 자유게시판에는 300여개에 달하는 글이 올라와 충무로를 둘러싼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으로 △태어난지 한 달이 겨우 넘은 어린 강아지를 판매하는 경우 △기본적인 예방접종이 되어있지 않아 면역력이 약한 경우 △구충제를 먹이지 않아 기생충이 있는 경우 △이미 질병에 노출 또는 감염되어 잠복기 상태에서 판매되는 등의 경우를 지적하고 있다.

▼애견센터 의견▼

이에 대해 충무로 애견센터들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충무로에 애견센터가 많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강아지도 상대적으로 많아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어린 강아지를 파는데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강아지가 어릴수록 예뻐해 하기 때문에 자연히 어린 강아지를 파는 가게가 있는 모양"이라는 입장이다.

애견센터 직원 박보연씨는 “충무로에 애견센터들이 모여있어 화살이 몰리는 것 같다”며 “4년동안 충무로에 있는 여러 애견센터에서 일해왔는데 절대 다수가 양심적으로 강아지를 판매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박씨는 “이런 사고들을 방지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면역성이 있는 생후 석 달 정도의 강아지가 판매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예쁜 강아지보다 건강한 강아지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무로 측은 “관련법규에 따라 보상을 해도 소비자들은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강아지의 잘못된 점을 발견한 즉시 애견센터에 데리고 와야 하는데, 죽고나서 뒤늦게 보상을 요구하는 등 법에 정한 보상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땐 요구대로 할 수만은 없다는 것.

▼충무로 모애견센터의 사례▼

그렇다면 충무로를 둘러싼 무수한 이야기들은 모두 의혹일 뿐인가. 그렇지는 않다. 충무로측도 몇몇 악덕 업체가 없지 않다는 점은 인정한다.

충무로 애견거리에서 소문난 모애견센터의 경우를 살펴보자.

같은 애견상들끼리도 거래 안한다는 이 가게는 아침 11시가 넘어야 문을 연다.

주변 애견상들은 아침부터 문제가 생긴 강아지를 들고 뛰어왔다 문이 열지지 않자 옆가게인 자신의 가게로 와서 하소연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손님들이 여럿 있었다고 전한다.

다른 애견센터 직원은 “점심때까지 셔터문이 내려진 상태에서 강아지들이 더위에 지쳤을지 추위에 떨었을 모르지 않겠냐”며 “문을 열자마자 밥을 주어도 12시가 다 되어서니 하루 두 끼 밖엔 못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곳에서 강아지가 건강할 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윈도우가 클수록, 강아지 종류가 많을수록 손님들의 눈을 끄는 것은 자명한 사실. 갖가지 인형으로 장식된 커다란 윈도우 안에는 각각 다른 종류의 강아지가 수십마리 모여있다. 숫자가 많으니 상대적으로 관리는 힘들어진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판매업자들의 중론이다.

▼건강한 강아지 어떻게 고르나▼

충무로 애견센터에서 귀띔한 건강한 강아지 고르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낮잠을 즐기는 강아지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너무 많은 강아지가 전시된 곳은 피한다 – 어느 강아지가 설사하는지 구토하는지 알기 힘들다. 찾을 수 없으니 그 강아지만 꺼내서 따로 관리할 수도 없고, 그러다보면 다른 강아지에게 병을 옮길 위험도 높아진다.

△강아지를 만져보았을 때 등쪽살이 통통하고 단단할수록 사람손을 별로 타지 않은 증거 – 애견센터에 오래 머무르다보면 사람들이 많이 만지고 데리고 놀아 젖살이 빠지게 된다. 이런 강아지들은 겉으로 보기에 사람말을 잘 알아듣고 날씬하며 건강해보인다.

그러나 실제 만졌을 때 겁을 먹은 듯 움츠리고, 등에 뼈가 잡히기 보단 단단한 젖살이 만져지는 강아지가 애견센터에 온 지 얼마 안된 것. 이런 강아지들은 구입 초기엔 잘 놀지도 않고 밥도 잘 안먹으려 들지만 적응기를 거치면 건강하게 자랄 확률이 높다.

△배를 손가락으로 긁으면 뒷다리를 달달 떠는 강아지는 피한다 – 피부병이 일종인 옴이 있는 경우다. 사람에게 옮기도 한다.

△태어난지 석 달 정도의 강아지가 건강하다 – 강아지가 젖을 떼는 시기는 생후 한 달에서 한달 반 가량. 젖을 떼면서 면역력이 급속히 떨어져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죽는다.

또한 생후 40일, 60일, 80일 3차에 걸쳐 예방접종을 하게 되므로 태어난지 석 달이 지나면 큰 고비는 넘기게 되는 것.이 시기의 강아지를 사면 건강할 확률이 높다.

▼네티즌 향후 계획▼

피해사례를 올렸던 네티즌들은 앞으로 △애완견 구입시 유의사항 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심각하게 지적된 애견센터의 경우 적극적인 불매운동에 돌입하며 △피해사례를 모아 소비자보호원 등에 관련법규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충무로 안티사이트 운영자 김영빈씨는 “소비자도 예쁘고 약한 강아지보다 건강한 강아지를 원한다”며 “안티사이트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점을 알리고 반대할 곳엔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은 무엇보다 “건강한 강아지를 판매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는 데엔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독자의견쓰기

오세린/동아닷컴기자 ohs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