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이의근/경주문화엑스포로 역사여행 가자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5분


여인의 웃는 얼굴인 듯, 부처의 얼굴을 닮기도 한 수막새. 그냥 두면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막새기와에 불과했다. 문화적 혜안은 수막새에 담겨있는 티 없이 맑은 미소를 찾아내 ‘새천년의 미소’로 세계에 알렸다. 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일이다.

‘새천년의 숨결’을 주제로 세계 80개국의 문화가 펼쳐지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0이 1일 개막된다. 신라 천년의 문화, 우리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기 위한 행사다. 우리 문화와 세계 문화가 만나고, 문화와 산업이 손잡고, 옛것과 새것이 하나되는 ‘만남과 아우름의 장’이다.

최첨단 가상현실 기법으로 신라천년 서라벌로 문화여행을 떠나 보자. 빛의 조화까지 재현한 석굴암, 나비가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안압지, 별이 쏟아져 내리는 첨성대, 진한 솔향기 나는 남산도 직접 만날 수 있다. 문화를 몸으로 부닥치며 눈으로, 소리로, 향기로 체험할 수 있다. 동서양 사상이 추구하는 진정한 휴머니즘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공간도 마련되고 세계의 지성들이 사이버 시대 인류문화의 미래에 대해 열띤 논쟁도 벌인다.

이러한 것들은 경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경주는 석굴암, 불국사 등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살아 숨쉬는 노천 박물관이다. 1000년 전 경주는 세계문화를 이어준 실크로드의 동방 종착역이기도 했다. 이제 경주는 세계문화엑스포를 통해 문화 실크로드의 새로운 출발지가 되려 한다. 우리문화와 세계문화가 대화하고 만나는 곳이 되어야 한다. ‘문화가 꽃피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것은 백범 김구 선생만의 소원은 아닐 것이다. 그 꿈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우리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문화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한국을 대표하는 지구촌 문화축제로 자리잡고 2001년 문화아시안게임, 2002년 문화월드컵으로 이어질 때 가능하다.

가을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경주를 찾아 새로운 문화적 충격을 느껴보는 것도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의근(경북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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