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Metro]LA지하철 휴대폰 중계기 설치논쟁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2분


로스앤젤레스시의 도시교통공사가 도심 지하철 구간에 휴대전화 중계기 설치 방안을 내놓으면서 시민들 사이에 거센 논쟁이 일고 있다고 LA타임스지가 최근 보도했다.

총사업비로 47억달러 정도가 소요될 이번 중계기 도입 논쟁에서 일단 승기를 잡은 측은 휴대전화 사업자와 애호가들. 중계기 설치회사인 콘코스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일하는 더그 브라운은 뉴욕과 워싱턴 등 세계 대도시의 사례를 예로 들며 “결국에는 휴대전화 애호가들이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길 것이 뻔한 논쟁”이라고 확신했다.

긴급한 상황이 많은 환자 가족들의 요구는 더욱 크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돌보고 있는 재닛 프리드먼은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계기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UCLA대 학생인 스테파니 밀러(20)는 “앞으로 지하철에서 청소년들이 다음 역에서 만날 친구와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끔찍하다”며 도시교통공사의 계획을 비난했다.

할리우드에 살면서 지하철을 이용해 시내에 있는 광고회사에 다니는 타무라 리틀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소음 때문에 방해를 받고 싶지 않다”며 “하루 일과 중 유일하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인 출퇴근 시간만큼은 휴대전화로부터 해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시교통공사의 입장은 확고한 상태.

공사의 미첼 칼드웰 부사장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진 않았으나 휴대전화 서비스 제공자들의 사업 참여가 활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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