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 국고채 되사기 배경과 영향은

  • 입력 2000년 8월 31일 10시 09분


정부가 연내에 국고채 되사기(Buyback)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유는 뭐고 과연 금리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채권시장은 정부의 국고채 되사기 방침을 밝힌 배경과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급등했을 때 금리를 낮추기 위해 한국은행 국고채를 사준(국고채 단순매입) 적은 있다. 그러나 발행 당사자인 재경부가 국고채를 되사기한 적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고채를 발행만 하던 재경부가 이미 발행해 시장에 나온 국고채를 다시 사준다고 하니 채권시장에는 호재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국고채를 되사준 만큼 공급물량이 줄어드는 셈이니 수급이 더욱 좋아질 것이 뻔하고 금리하락이 예상되므로 서로 사들이려고 야단이다.

이에따라 30일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은 전일비 0.11%포인트가 급락했고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은 0.05%포인트 내린 8.95%로 마감, 8%대로 진입했다.

▲이 시점에서 국고채 되사기 방침을 공개한 이유는

채권시장은 먼저 왜 이시점에서 국고채 되시기 방침을 밝혔을까에 주목하고 있다.

재경부의 국고채 되사기 방침은 시장에 어느정도 알려진 재료였다. 다만 재경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재경부가 29일 저녁 소집한 국채전문딜러회의(Primary Dealer)회의에서 국채전문딜러들에게 연내에 국고채 되사기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원유가급등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방의 법정관리신청과 이달말에 나오는 경제지표(산업생산 물가 경상수지)가 금리에 좋지 않은 모습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추석자금대책을 발표했지만 별 효과가 없고 금융시장의 여건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국고채되사기 방침을 밝혀 금리를 떨어뜨리려 했다는 것이다.

30일 발표된 7월중 산업생산은 19.3%로 예상보다 높아 시장의 예상만큼 경기둔화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31일 정오에 발표예정인 8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비 0.8%나 상승했다는 관측이다.

29일 발표된 7월 경상수지흑자는 전월의 14억6천만달러에서 8억1천만달러로 축소됐다.

▲되사기 규모와 시기는

유재한 재경부 국고과장은 "연내에 국고채를 되살 방침이지만 되사기 규모와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되사기 재원은 작년 세계잉여금중 추경예산편성을 하고 남은 1조5천억원의 일부를 사용하거나 장기국고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상황과 한국통신 등 공기업주식매각성사 여부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되사기 규모는 정부의 설명대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2조원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기는 11-12월 사이가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공적자금추가조성규모가 확정되고 예금보험기금채권이 발행될 때가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예보채가 발행되면 공급물량이 늘어나 금리가 상승압력을 받게 되는데 이때가 정부가 되사기에 나서면 상승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

어떤 국고채를 되사기할 것인가라는 점도 시장의 관심거리. 정부가 사는 종목의 금리가 큰폭으로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되사기 대상종목은 잔존만기 1년정도의 국고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 이 종목의 되사기 물량이 많아지면 5년짜리 국고채발행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대해서는 국채전문딜러회의에서도 일부 언급이 된 적이 있다는게 참석자들의 설명.

▲금리하락에 미치는 효과는

30일 급락으로 '연내 되사기 방침'을 밝힌 효과가 거의 반영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30일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은 전일비 0.19%포인트나 급락한 7.68%에 거래되며 장중한때 연중최저치(7.69%)를 경신하기도 했으나 이내 차익매물이 흘러나오면서 7.76%로 낙폭을 줄이며 마감됐다.

되사기 시점이 11-12월 쯤으로 전망되는데다 원유가 고공행진 등으로 인한 인플레우려와 내달초 한은의 콜금리인상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차익매물이 많이 나왔다.

시장관계자들은 7.70%는 당분간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국고채를 되사기를 시작해야 이 재료가 다시 효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되사기 효과도 공적자금추가조성에 따른 예보채발행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부작용은 없나

금리구조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다. 국고채 통안증권 국공채 초우량기업의 회사채 등 우량채권으로만 돈이 몰리고 웬만한 기업은 회사채발행도 못하는 자금편재 및 양극화현상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고채를 되사기하면 국고채를 비롯한 우량채권의 금리는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량채권금리가 하락한다고 해서 중견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난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자칫 금리구조만 왜곡시켜 채권시장의 우량채권을 중심으로 한 債테크 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해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과감히 시행하면서 국고채 되사기에 나서 우량채권금리가 급락할 경우 우량채권으로만 몰리던 자금이 중견기업으로도 흘러들어갈 가능성은 있다.

이런 낙관적인 예상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시장에 의해 얼마나 신뢰를 얻느냐가 관건이라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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