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새롬기술 오상수 사장 "공격적 M&A안해"

  • 입력 2000년 8월 28일 19시 04분


"아무리 벤처라지만 자장면집 문을 연 것도 아닌데 이제 서비스 시작한지 불과 몇 개월 지나지도 않아 벌써 수익을 내라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입니다. 새롬은 바둑으로 말하면 이제 포석단계입니다. 이미 확보한 3000억원으로 무엇을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올해말까지는 큰 그림을 완성하겠습니다"

한 때 주가총액 2조원을 넘기면서 벤처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던 새롬기술의 오상수(35) 사장은 새롬을 순수한 창업투자회사는 아니지만 광범위한 투자를 통해 포털사이트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업계의 최대 화두인 M&A에 대해서는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연중 최고가로 500원짜리 주식이 28만원까지 치솟았던 새롬주가는 한때 1만7000원대까지 폭락, 오사장을 비롯한 새롬경영진들은 개미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난 항의에 시달렸었다.요즘은 2만6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 때문인지 오사장은 최근 매주 금요일 하루를 아예 '프레스 데이(press day)'로 정해두고 언론과의 적극적인 접촉을 통해 회사사정을 털어놓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닷컴위기론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 인터넷기업들이 전체적인 침체분위기에 빠져들자 역설적이지만 마음이 오히려 더 편해졌다고 밝혔다. 일시적인 거품이 빠지는 현상은 새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장이 보여줘 다소 위안이 되고 투자자들의 항의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오사장은 인터뷰 도중 내내 14만명의 투자자들을 의식해서인지 매우 조심스럽게 단어를 선택하며 답변을 했다. 특히 수익,주가관련 부분에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대신 당장 수익을 내기를 요구하기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새롬을 평가해달라는 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미국 일본의 다이얼패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일본의 다이얼패드사업은 법인은 세웠지만 본격적인 서비스는 시작하지 않았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끌었던 정도의 관심을 끌 것으로본다. 미국의 다이얼패드사업은 잘 진행되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현지직원도 개설당시 10명에서 앞으로 90명정도로 대폭 늘릴 예정이다."

-다이얼패드로 수익을 낼 수 있나.

"다이얼패드는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수익을 낼 수없다. 그러나 거기에 유료의 부가서비스를 추가하는 방법 등 다양한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기업형 솔루션과 TV나 게임에서도 다이얼패드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특히 IMT-2000서비스와 함께 이동통신에 다이얼패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새롬이 다이얼패드사업보다는 이미 확보한 자금으로 창업투자회사를 가려고 한다는 시각이 있는데.

"새롬은 순수한 투자회사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3000억원 정도를 확보해 두고 있어 이를 어디에 얼마를 적절하게 투자해야할 것인가는 큰 과제다. 새롬은 전자상거래등을 함께 할 수 있는 인터넷포털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 타운넷에 50억원을 투자한 것도 단순한 투자이익 목적이 아니라 새롬의 지향점과 합치하기 때문이다"

-현재 새롬은 영업이익에서는 적자를 내고 이자수입으로 경상이익 흑자를 내고 있는 구조인데 언제쯤 이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새롬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하나로통신은 아직도 적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SK텔레콤이 흑자로 돌아선 것도 최근의 일이다. 미국의 경우 벤처가 성공하기까지 3-4년씩 투자가들이 기다려준다. 새롬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3-4개월밖에 안됐는데 벌써 수익을 내라고 요구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답이 없다"

-새롬의 적정주가가 얼마라고 생각하는가.

"경영자가 말할 입장이 못된다. 철저하게 시장이 판단할 문제다. 애널리스트들로 적정주가에 대해서는 천차만별이다.(오사장은 매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애널리스트와의 만남을 가지고 있다).새롬이 다소 더디기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으로부터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다이얼패드의 품질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은데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있는가.

"현재 다이얼패드의 가입자는 320만명 정도이고 이 가운데 10%인 30만명정도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이얼패드에서 음질이 좋지 못한 것은 개인 PC의 사운드카드가 원인인 수가 많다.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동시 접속수에 따라 품질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새롬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외부적인 문제로 평가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을 갖고 있어 새롬은 어느 다른 기업보다 M&A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있는데 이에 대한 전략은.

"개인적으로는 한국문화에서 직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억지로 기업을 사고 파는 M&A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벤처업계에서는 M&A가 큰 화두로 떠올라 있지만 큰 관심이 없다"

<오상수 대표이사 약력>

1965년 7월 2일생(만 35 세)

1988년 2월 서울대학교 전자계산기공학과 학사

1991년 2월 한국과학 기술원(KAIST)전산학과 석사

1993년 6월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원

1993년 7월 (주) 새롬기술 설립

1994년 8월 (주) 새롬기술 대표이사 취임(현재)

김광현<동아닷컴 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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