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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대중문화 째려보기]엉덩이가 이뻤던, 정선경님께

입력 2000-08-26 13:22업데이트 2009-09-2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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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8시 25분이면 어김없이 선경님을 만납니다. KBS1의 '좋은 걸 어떡해'에서 선경님은 구타당하는 아내로, 이혼녀로, 진정한 사랑을 찾아 재혼하는 여자로 나오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자진해서 시집으로 들어가서 결혼을 반대했던 시어머니의 구박을 견디며 꿋꿋하게 시집살이를 견디고 있지요.

선경님도 이미 아시겠지만, 연기를 할 때 선경님의 손은 언제나 다소곳이 모아져 있습니다. 어깨 위로 팔을 들어올리는 경우가 거의 없지요. 차분하고 맑은 '수경'이라는 인물을 오로지 표정과 대사로만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답답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장수' 역을 맡은 정보석과 사랑의 불꽃을 피우는 장면부터는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눈빛 연기로 살아나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처음 선경님을 만났던 적이 언제였던가요?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 '엉덩이가 예쁜 여자'로 나왔던 것이 벌써 6년 전입니다. 그후로도 선경님은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였지요. '파랑새는 있다'와 '장희빈'이 언뜻 떠오르고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와 '개같은 날의 오후' 그리고 최근에 출연한 '신혼여행'도 있군요. 이렇듯 많은 작품에 등장했지만, 제게는 그저 예쁜 엉덩이를 들이밀며 도발적으로 웃던 6년 전의 모습만 떠오를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선경님의 변신이 더욱 새롭게 느껴집니다. 굳은 결심을 하고 '섹시'에서 '청순가련'으로 방향전환을 시도한 것이겠지요? 우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선경님과 정반대 방향으로 방향전환을 시작한 여배우가 또 한 사람 있군요. MBC 월화드라마 '뜨거운 것이 좋아'의 여주인공 명세빈님입니다.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불리던 세빈님 역시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강원도 고성군 바닷가를 비키니로 거닐면서까지 섹시함을 강조하는 쪽으로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경님의 변신은 성공적이지만 세빈님의 변신은 실패했습니다. 엉덩이를 드러내던 여자가 그 엉덩이를 가린다고 창녀에서 수녀가 되고, 엉덩이를 가리던 여자가 그 엉덩이를 드러낸다고 수녀에서 창녀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세빈님이 아무리 비키니를 입고 해변을 거닐거나 요염하게 속옷을 갈아입는다 해도 청순한 표정과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작고 가녀린 말투를 바꾸지 못한다면, 섹시한 여자가 될 수 없습니다.

배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들 하지요. 배역에 따라 말투와 표정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배우와 어떤 배역이 주어지든지 늘 정해진 말투와 표정으로 밀고나가는 배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자는 1류 배우이고 후자는 잘해야 2류에 머물 뿐입니다. 케빈 코스트너가 아무리 멋진 표정으로 연기를 해도 2류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세빈님은 아직도 예전의 표정과 말투를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선경님은 조금씩 조금씩 허물을 벗고 있군요. 드라마가 시작될 때는 선경님도 역시 과거의 연기 스타일에 갇혀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8월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전혀 낯선 표정과 말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어, 저게 엉덩이가 이뻤던 정선경인가 하고 놀랄 정도니까요.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변신 중인 선경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선경님의 또다른 인생과 연기가 궁금합니다.

소설가 김탁환(건양대 교수) tagtag@kytis.ko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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