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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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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 고위관계자는 추석자금특별대책을 내놓으면서 현재 시중 자금흐름 사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중견기업 자금사정이 얼어붙고 있는 것은 신용경색이 큰 탓이지만 정부의 잘못된 금융정책이 좌초한 결과라는 뼈아픈 자기반성이다.
자금사정이 좋은 은행에서는 기업들에게 자금을 풀지 않는 대신 가계 대출자금을 늘려 가계에서는 이 자금으로 재테크 하기에 바빴고 기업들은 회사채 갚느라고 허리가 휘었다는 설명이다.
▽기업 회사채 상환하는데 든 돈만 13조원〓시중 자금사정이 얼어붙으면서 3대그룹 우량회사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기업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아 나가느라고 허리가 휘청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 들어 7월까지 12조6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갚아나갔다. 이 기간 중 발행된 회사채를 감안한 수치여서 실제 상환액은 이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상환액보다 발행금액이 훨씬 많은 7조1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기업들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막느라 눈코 뜰 사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은 빚을 떼이지 않기 위해 서둘러 회사채를 상환하라고 숨통을 죄었기 때문에 사업자금 조달창구로서의 역할은 전혀 못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은 15조원〓은행들은 대신 가계대출에 열을 올렸다. 기업보다 떼일 염려가 적어 너도나도 앞장서서 개인에게 대출해줬기 때문이다. 개인은 아파트를 담보로 잡혀가면서 저금리 은행자금을 빌려 썼다. 이들 자금은 대부분 개인 재테크 자금으로 사용됐다. 한동안 불어닥친 코스닥열풍과 닷컴 벤처주식에 개인투자자들은 재산증식 수단으로 활용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코스닥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재산손실로 바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프리코스닥 벤처투자에 들어간 개인투자자 돈이 적게는 30조원에서 50조원까지 관측된다”고 말했다. 프리코스닥 투자는 아예 시장이 얼어붙어 투자한 돈이 대부분 잠겨 있는 상태이다. 사채업자 자금도 적지 않지만 ‘코 묻은’ 가계자금이 훨씬 많다는 것.
▽정부가 부추긴 재테크 열풍〓개인이 재테크에 열중한 것은 정부의 잘못된 벤처육성 정책과 코스닥 지원책이 톡톡히 한몫 한다. 벤처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지원한다고 했다가 거품이 빠진 지금은 모두 ‘투자자 책임’이라며 발뺌한다. 특히 지난해 폭등했던 코스닥시장에서는 작전이 난무했지만 금융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었을 뿐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시장이 시든 지금에 와서야 ‘작전근절’ 무기를 들고 나온 것. 이런 와중에 기업으로 자금 물꼬를 트기 위해 하이일드와 CBO(후순위채권)펀드까지 등장했지만 만기 때 자금유치를 위해 별도 대책을 내놓아야 할 판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 기업자금조달 상황 | |||||
| 구 분 | 1∼5월 | 6월 | 7월 | 1∼7월 | 99년1∼7월 |
| 은행대출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 | 28.9 7.6 8.0 11.0 | 5.1 -1.0 1.5 3.1 | 6.8 3.8 2.1 0.9 | 40.7 10.4 11.7 15.0 | 18.3 -1.7 8.6 8.0 |
| 회사채 | -7.8 | -1.7 | -3.1 | ―12.6 | 7.1 |
| 기업어음 | 7.8 | -6.1 | 2.7 | 4.4 | 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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