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계 증권사-투자자 따로 논다

  • 입력 2000년 8월 24일 19시 10분


삼성전자 주가가 24일 31만1000원을 기록했다. 외국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적정가격은 50만∼90만원선. 하지만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가가 50만원을 넘어설 때까지 기다린 적이 한번도 없었다. 외국인들은 대략 35만원선을 넘어서면 이익실현매물을 쏟아내곤 했다.

왜 그럴까. 애널리스트(업종분석가)의 적정가격 산출은 이를테면 ‘진공’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수요가 무한정이고 공급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암묵적 전제를 깔고 적정주가를 계산해낸다.

하지만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증권사 영업직원들의 관점은 다르다. 동부증권 김도현 선임연구원은 “그들은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 요구하는 수익률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같은 업종 주식에 투자할 때 기대하는 수익률이 다르다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요구수익률이 다른 것은 무엇보다 금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6% 라면 미국 투자자는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6+α%를 기대하지만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는 국내 금리 9%에 α%를 더한 수익률을 요구한다.

미국 투자자들은 환율이 올라 원화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 주식투자에서 ‘환 리스크’ 만큼의 수익률을 추가로 요구하게 된다. 또 미국 투자자 입장에선 국내 정치 및 경제 환경이 아무래도 미국보다는 안정적이지 못해 보인다. 여기서 비롯하는 ‘컨트리 리스크’나 ‘그룹(또는 기업) 리스크’도 미국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을 끌어올린다.

기업의 가치가 충분히 주가에 반영되는 적정가격에 도달했을 때 이만한 요구수익률이 나오려면 실제주가는 그만큼 낮아야 하는 것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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