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美 加州 골드러시 후유증

  • 입력 2000년 8월 23일 19시 05분


벤처 바람이 수그러드는 듯 하면서 첨단 정보기술(IT)산업의 중심지였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일대의 ‘실리콘 밸리’에 ‘골드 러시’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밀려든 인구로 집값과 물가는 미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를 등지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으며 일부 회사는 고급 인력이 이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을 꺼리는 바람에 인력난으로 고생하고 있다.

▼[인사이드 월드]실리콘밸리여… 안녕!

첨단산업에 대한 기대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가가 거품처럼 꺼지자 그간 돈을 펑펑 쓰다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된 사례도 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집 값은 벤처 열풍이 불어닥친 98년 이후 2년새 배 가량 올랐다.

새너제이 등 샌프란스시코 주변 지역에서 방 4개 짜리 집 한 채를 사려면 평균 53만달러(약 5억8000만원) 가까이나 든다. IT기업 밀집지역인 시애틀의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다. 방 두 개 짜리 아파트의 월세는 1700달러(약 187만원)를 넘는다. 휘발유값도 다른 지역보다 30% 가량 비싸다. 낮 시간에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는 비용만 해도 한 달에 1000달러 이상이다.

새너제이 머큐리지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중심지 가운데 한 곳인 샌타클래라 카운티 거주자의 평균 연봉은 5만1409달러로 미국내 최고 수준이었지만 가구당 부채는 평균 9만6643달러로 소득의 배 가까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실리콘밸리를 등지는 기업도 늘었다. 인터넷 보험회사인 ‘인스웹’은 최근 회사를 인근 새크라멘토로 옮겼다. 첨단산업의 주가가 폭락하자 인력을 40%가량 줄이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높은 물가와 임대료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것.

반도체 장비업체인 폴리머 테크놀로지도 최근 회사를 캘리포니아 로즈빌로 옮기기로 했다. 로즈빌의 건물 임대료는 실리콘 밸리 지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지역을 떠나는 첨단 기업들이 줄을 잇는 바람에 캘리포니아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릴 정도.

실리콘밸리의 한 기업가는 “실리콘밸리의 장점은 풍부한 인력과 자금이었으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며 “주택난과 고물가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리콘밸리는 더 이상 사업하기 좋은 곳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잘 나가는 기업도 고민은 마찬가지. 실리콘밸리 지역의 생활고가 소문나면서 외부에서 인력을 채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각 기업은 인재를 확보하고 기존의 사원을 붙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계회사인 아마니노 매케나사는 최근 채용한 사원들에게 5만달러씩 주택 구입 융자금을 저리로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공동대표인 앤디 아마니노는 “비싼 주거비 때문에 유능한 종업원을 잃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인텔사는 이달 초 샌프란시스코에 별도의 사무실을 열었다. 본사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사는 사원의 통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인텔은 이어 샌라몬 새너재이 프리몬트 등의 지역에도 사무실을 설치할 계획.

실리콘 밸리 인적자원은행의 데니스 카루지는 “최근 인력난이 심해지자 다소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현지 출신 가운데서 사원을 채용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실리콘벨리]IT기업 2000여개 밀집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동쪽의 새너제이, 마운틴 뷰, 샌타클래라, 프리몬트, 팰러앨토 등에 정보기술 분야 기업이 밀집함에 따라 생겨난 말로 이 일대의 정보기술 산업 단지를 통칭한 것이다. 특정한 도시의 이름은 아니다.실리콘밸리에는 현재 2000여개의 기업이 밀집돼 있다. 실리콘밸리의 태동은 스탠퍼드대 출신인 빌 휴렛과 데이브 팩커드가 팰러앨토시에 휴렛팩커드를 설립한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0∼80년대 사이에는 방위산업과 항공산업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90년대 정보통신혁명에 힘입어 명실상부한 세계 정보통신업계의 심장부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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