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한국야구는 우물안 개구리?

  • 입력 2000년 8월 23일 14시 19분


레온 리, 존 콕스.

이제 야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잘난체 하는 사람이라면, 혹 할 일이 없어 스포츠신문 야구면(스포츠4사는 대개 1면부터 6면까지가 야구면이다)을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면서 외우는 사람이라면 앞서 열거한 이름이 낯익을 듯 하다.

레온 리 시카고컵스, 존 콕스 뉴욕양키스 극동 담당 스카우트가 최근 국내 프로구장에서 그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잦다. 지난 14일 고교야구 봉황대기의 아마 유망주들을 지켜 보러 온 것이 첫번째 임무. 그 다음이 바로 프로 선수들이 공 하나하나 던질때마다 스피드건 코에 대고 찍어대는게 두번째 일이다.

예년과 달리 특별한 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만큼 선동렬 이후 국보급 투수로 알려져 있는(최근 구위를 보면 한심하기 이를데 없지만) 정민태(현대)와 구대성(한화)을 보러온 것이다.

이들은 이미 7년차 FA선수들의 리스트를 입수, 구위 분석에 나섰다. 구대성이 구단과의 밀약으로(이것도 물론 설이긴 하지만), 정민태는 지난해부터 사실상 요미우리로 이적한다는(이것 역시 설이지만 둘다 근거있게 야구판 참새들에 의해 설득력있게 주장되고 있다)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할일에 충실하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이들의 영입 차원에서 한국을 방문했다는 유력설과 함께 또 하나 호사가들이 주장하는 게 있다. 시드니올림픽 전력분석을 위해 한국의 주력 투수를 보러 왔다는 것이다.

일부 대표팀 코치들이 이런 얘기를 했는데 실제 사실을 들여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주장임에 틀림없다.

시카고 컵스와 뉴욕 양키스는 이번 시드니올림픽 미국대표팀 선발위원회 위원 구성시 가장 비협조적인 구단이었다는게 정설이다. 메이저리그 부사장 샌더슨을 주축으로 시애틀 매리너스 펫 길릭 등이 선발위원회 위원이라 드림팀을 역설하지만 다른 구단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는게 현지 분위기.

바빠 죽겠는데 레온 리와 존 콕스가 전력분석을 하고 무더운 한국의 여름날 앉아 있을 리 만무하다. 어딜가나 우리나라 야구인은 너무 오버센스하는게 흠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일본과 미국의 분석에서 한국은 메달권 바깥으로 분류돼 있다.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같은 수준, 남아공보다는 우위. 우물안 개구리라는 옛속담이 생각난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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