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세상]비행청소년 선도 스포츠가 '약'

  • 입력 2000년 8월 21일 19시 02분


지난주 춘천 의암호 위도에서는 ‘사랑의 여름캠프 2000’이 열렸다. 보호관찰 성적이 좋은 청소년 중 환경이 어려운 60명이 참가한 이 캠프는 법무부 보호국 서울보호관찰소 주최, 한림대학교 체육학과 주관으로 진행됐다. 캠프 생활은 수상스키, 래프팅, 오리엔티어링 등 스포츠 활동 위주로 구성됐다.

또 고성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잼버리대회에도 정심여자중학교(전 안양소년원) 10명의 학생이 참가해 색다른 체험을 했다. 잼버리 대회도 크게는 스포츠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보호관찰 청소년의 사회적응능력 촉진 프로그램으로 스포츠 교육이 시도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또 정심여중에 수용된 청소년이 ‘퇴교’ 전 외부에서 생활한 일도 학교가 문을 연 1946년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스포츠의 가치와 기능을 중시하는 쪽에는 ‘처음’이라는 말이 의아하게 들릴 만하다. 청소년 비행의 원인이나 비행청소년의 사회적응교육을 간단히 언급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스포츠 프로그램 활용도가 그렇게 낮다는 점을 이해하기 힘들 테니 말이다.

사실 스포츠가 청소년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는 매우 많다. 미국의 연구에는 이런 것도 있다. 불을 켜고 운동을 할 수 있는 농구코트 같은 공공시설의 활용과 사회적 효과에 관한 것이다. 나이트스포츠 시설을 운용하지 않을 때와 새벽 2시까지 운용할 때의 청소년 범죄율을 비교했더니 후자의 경우가 30%쯤 낮았다는 내용이다. 연구야 어떻든 중요한 것은 역시 스포츠를 청소년 생활과 연계시키는 프로그램의 실행이다.

또 미국의 얘기지만 보건관리국은 1980년부터 ‘2000년 미국인 건강목표’란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제시된 목표는 신체활동 참여인구 증가, 과체중인구 감소, 지역사회 체육공간 확보, 성인의 식습관 개선, 흡연율 감소 등 다양했다. 청소년과 관련해 학교측이 학생들에게 매일 스포츠활동을 권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1991년부터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는 ‘스포츠를 통한 학교생활 증진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위한 특별학급을 편성해 학업과 스포츠활동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학업은 물론 성취감 자신감 책임감 등 사회적 태도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지금은 비행청소년을 위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각광받으며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을 스포츠로 끌어들이는 프로그램은 수와 폭이 더욱 늘어날 필요가 있다. 실행자가 정책당국이건 사회단체이건 학교이건 기업이건 가정이건 간에.

<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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