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개미열전]우연히 '작전'동참…한달만에 깡통

  • 입력 2000년 8월 21일 18시 48분


“원금을 거의 다 까먹기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3년 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최우석씨(33)는 지난 달의 ‘악몽’이 떠오르면 지금도 몸서리를 친다. 이른바 ‘작전’ 세력에 우연치않게 합류했다가 ‘재미’를 보기는커녕 ‘깡통신세’가 돼버렸기 때문.

최씨가 ‘작전’의 유혹을 받은 것은 지난달 초. 그 전까지 나름대로 이런 저런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투자를 해봤지만 수익이 신통치 않았다. 걸핏하면 ‘사면 하한가, 팔면 상한가’의 악순환만 거듭됐다.

늘 ‘대박이 터질 종목이 어디 없나’라는 궁리만 하던 최씨는 친구로부터 인터넷상의 한 동호회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회원들이 유통물량이 적은 종목 하나를 정한 뒤 단기에 집중적으로 매수 주문을 내 가격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수법’을 간간이 구사하는 동호회라는 설명이었다. 눈이 번쩍 띄였다. 진작에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친구가 밉기까지 했다.

최씨는 즉시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내가 왜 이런 곳을 몰랐지…, 딱 내 ‘체질’인데….” 그 날부터 일체의 사생활을 접고 동호회 활동에 전념했다. 채팅 시간이면 술을 마시다가도 집으로 향했고 글도 열심히 올렸다.

마침내 ‘그 날’이 왔다. 동호회가 한 종목을 ‘추천’한 것. 최씨는 준비해둔 ‘총알’을 집어들었다. 아파트 중도금, 근로자우대 전세자금 대출금을 인출했고 신용카드 다섯장으로 현금 서비스까지 받았다.

기다리던 월요일, 최씨는 돈을 몽땅 쏟아부어 동호회가 ‘추천’한 종목을 매수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가는 곧바로 상한가로 치달았다. 다음날, 그 다음날까지 상한가 행진은 이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5일 뒤. 최씨는 혼자 소주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었다. 사흘 상한가를 기록하고 나자마자 매도 물량이 대규모로 쏟아져나온 것.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손절매를 할 겨를도 없이 최씨의 수익률은 거꾸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추락한 뒤 기술적 반등으로 잠시 올랐을 때 최씨는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았다. 4000만원으로 시작한 최씨의 수중에 떨어진 돈은 500만원에 불과했다. 연속 상한가를 기록할 때 친구들에게 기분좋게 술 한 잔 산 것까지 합하면 손실은 더욱 컸다. 최씨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개미’들이 아무리 힘을 규합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손절매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면 욕심을 접고 이익을 실현한 뒤 빠져나오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주변의 권유는 일단 검증을 해봐야 한다 △밤잠 안자면서 종목 발굴에 나서는 수많은 ‘선수’들 앞에서 ‘일확천금’의 꿈은 ‘망상’에 불과하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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