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새영화]일본 최장기 시리즈 '고질라 2000' 개봉

  • 입력 2000년 8월 10일 19시 05분


용가리, 고질라, 불가사리…. 이 땅에 선을 보인 수많은 괴수(怪獸)들은 덩치값을 못하고 사라져갔다. 그나마 이름값을 했다면 ‘킹콩’ 정도. 이런 괴수들의 불모지에 드디어 괴수영화의 적자(嫡子)가 상륙했다.

미국판 고질라

일본판 고질라

100m

45m

몸무게

6만t

2만5000t

학명

테로포다 알로사우러스(백악기전 멸종된 공룡)

고지라

(고릴라와 일본어로 고래를 뜻하는 우지라의 합성어)

숫놈이지만 무성생식으로 한번에 수백마리를 낳는다.

‘미니라’라는 새끼가 있는 것으로 봐서 암놈으로 추정됨.

특징

달리기와 다이빙에 능하다.

뒤뚱뛰뚱 걷지만 위험한 순간에는 입으로 불길을 내뿜는다.

도호영화사에 의해 1954년 첫작품이 만들어진 이래 40여년간 23편이 만들어진 고질라는 일본 최장기 시리즈물로 인기를 누렸고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98년 할리우드 대작영화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고질라’는 문명을 증오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이었던 고유의 특성을 잃고 생식본능에만 사로잡힌 무자비한 파충류로 바뀌었다.

‘고질라 2000’은 그런 할리우드식 왜곡에 대한 반발로 도호영화사가 역대 시리즈중 최대제작비(120억원)를 들여 만든 작품이다.

바다속에서 불쑥 나타나 원자력발전소를 파괴해가며 서서히 도쿄로 다가오는 고질라. 비슷한 시기 카고시마현 앞바다에서는 거대한 암괴가 발견된다. 6000만년의 잠에서 깨어난 이 암괴는 UFO로 바뀌고 고질라의 신비한 생명물질인 ‘오거나이저G’를 이용, 인류를 멸종시키기 위해 고질라와 한판 대결을 펼친다.

정교한 미니어처 세트에서 사람이 직접 인형을 뒤집어쓰고 연기하는 고질라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탄생한 미국판 고질라 보다는 세기(細技)는 뒤쳐진다. 팔은 항상 ‘앞으로 나란히’ 자세이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원폭에 대한 일본인들의 공포와 무의식적 집단 분노를 형상하기에는 그런 기형적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 다만 그런 의미를 대사로 일일이 설명하려는 일본식 과잉친절이 오히려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12일 개봉. 전체관람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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