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인형통해 '창조주'된듯 희열 느껴요"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45분


거짓말하면 코가 커지는 피노키오. 어쩌면 인형극에 종사하는 이들의 꿈은 동화 속에서처럼 사람을 닮은 피노키오를 ‘창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10일부터 열리는 제12회 춘천인형극제의 ‘줄인형 워크숍’을 위해 일시 귀국한 ‘마리오네티스트’ 김은영(46).

‘마리오넷(Marionette)’의 사전적 의미는 꼭두각시. 한국에서는 줄로 조종되는 줄인형을 가리키지만 프랑스에서는 인형극 전체를 의미한다.

“인형극을 하다 보면 때로 ‘창조주’가 된 듯한 희열을 느낍니다. 직접 인형을 만들고 목소리에 움직임까지 넣어주는 과정이 바로 나무에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인형극이 아직 아동용으로 여겨지지만 유럽에서는 당당한 예술장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는 90년부터 장자(莊子)와 제자의 대화를 통해 도가사상을 표현한 ‘어느날 그는 까치 한 마리를 보았는데’를 200여회 이상 공연하기도 했다. 필립 장티, 도미니크 오다르 등 유명한 마리오네티스트는 오페라나 몰리에르의 희곡을 인형극 형태로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인형의 세계에서는 제작 형태와 조종법에 따라 그 ‘신분’도 다양해진다. 국내 TV의 인형극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은 막대인형. 인형의 아래 부분에 여러 형태의 막대를 넣어 조종한다. 사람이 인형을 쓰는 것은 탈인형이며, 손을 주로 사용하는 손인형 손가락인형 장갑인형 등도 있다. 이에 비해 줄인형은 위로 연결된 여러 줄을 통해 움직임을 주는 데 인형 제작과 조종이 가장 어렵다.

실제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한 줄인형 ‘무명이’는 그가 조종을 시작하자 피노키오처럼 흥겹게 춤을 춘다. 무릎이나 팔꿈치는 사람의 그것과 같은 방향으로 굽혀진다. 목 손목 허리 다리 등 여러 관절 등을 통해 수십가지의 동작이 가능하다.

그는 “늘 흔들리게 마련인 줄인형 조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지의 미학’”이라며 “제대로 멈출 수 있어야 다시 움직임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형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지난 20년간 그가 아니라, 인형이 그를 조종했는지도 모른다. 대학졸업 뒤 9년간 국내 인형극단에서 활동하다 88년 프랑스 샤르르빌국립인형극 전문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 북부 샤르르빌은 국제인형극연맹 본부가 있는 ‘인형의 메카’. 61년이후 3년마다 열리고 있는 샤르르빌 메지에르 세계 인형극 축제는 평균 200여극단이 400여회의 공연을 펼친다. 그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들 ‘순(順) 이브’(9)도 낳아 정착했다.

그는 “어려움없이 순리대로 잘 살라는 뜻에서 ‘순’자를 넣었다”면서 “사람이 주는 애정만큼 따뜻하게 행동하고 보답하는 게 바로 인형들”이라고 말했다. 15일까지 강원 춘천시 중앙동 강원평생교육정보관. 033―257―5493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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