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 '질질' 증시 '꽁꽁'…"대안 나올때까지 관망을"

  • 입력 2000년 8월 8일 19시 08분


‘가산을 탕진한 뒤 또다시 소 몰고 뛰쳐나가는 격.’

한 증시 전문가가 풀어낸 8일 증시다. 벼랑에 몰린 현대 수장(首長)들이 ‘소몰이 방북’으로 딴청을 피우자 증시가 체념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교과서적인 하락장세〓거래소시장에서는 7일 장중 한때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하는 ‘중기 데드크로스’가 나타나 차트를 중시하는 분석가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거래대금은 4일과 7일 이틀 연속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그나마 거래소시장의 매기가 옮겨간 코스닥시장은 약간의 활기가 살아있으나 장세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개별종목 장세라는 한계가 있다.

증시의 기본체력을 나타내는 고객예탁금은 9조원 수준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4일에는 8조9380억원으로 작년 12월10일과 올 1월4일을 제외하면 작년 11월3일 이후 처음으로 9조원을 밑돌았다.

현―선물시장간 지수격차에 따라 언제든지 매물로 나올 수 있는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9200억원에 이른다. 10일 옵션 만기일이 고비다. 최악의 경우 4000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져 나와 지수를 내리누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증시 주변여건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현대문제 해결이 늦춰지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가의 해석. 연초부터 누적돼 온 기업부실, 자금시장 난맥상, 증시수급 불균형, 세계적인 기술주 조정 등이 어우러진 데에 현대가 결정타를 날렸다는 것이다.

▽관망이 바람직〓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최근 주가가 힘있게 떨어지지 않고 소리 없이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힘있게 꺼지면 강력하게 반등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데 요즘 같은 장세에서는 반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꺾이면서 중소형 개별종목장이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추세 하락세가 심할 때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매수세력보다는 관망세력이 많은 시장에서 선취매를 시도하는 전략도 바닥을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대와 정부간 협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새 경제팀이 신뢰감 있는 정책 대안을 내놓는 시점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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