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지막 개각이라는 자세로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47분


김대중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에 개각이 잦았던 김영삼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장관이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장관 임기를 충분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와중에서도 경제팀이 자주 교체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장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세번째이고 이번에 바뀌면 네번째이다.

취임 몇 달 만에 개각설이 나도는 식으로 자주 바뀌다보니 장관의 권위가 서지 않는다. 재경부장관과 금융감독위원장이 번갈아 전화를 걸어도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이 콜백을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재벌총수들이 경제장관을 가볍게 보기 때문이다. 경제부처에서는 재벌총수들이 힘없는 장관 대신에 청와대나 정치권과 직거래를 하려 든다고 푸념을 한다. 장관들이 ‘직접’ 경제를 챙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팀을 바꾸려면 정책 수행에 대한 평가와 함께 집권 후반기의 정책 방향을 먼저 분명히 하고 여기에 맞는 인물을 고르는 것이 바른 순서일 것이다. 잘했으면 바꿀 필요가 없고 바꿔야 할 만큼 잘못했다면 진지한 반성을 바탕으로 제대로 바꿔야 한다.

그동안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경제팀이 시장의 신뢰를 잃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 자리만 옮겨놓는 식으로는 개각의 효과가 없다. 경제팀은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정책 공조의 손발이 안맞는 일이 많았다.

자민련 몫 각료를 놓고 김종필명예총재에게 갖가지 방법으로 줄대기를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줄대기에 능할 뿐 전문성이 부족한 낡은 인물을 DJP공조 유지라는 이유 때문에 쓴다면 그것은 ‘개혁’에 거스르는 인사다.

안보통일팀은 팀워크를 고려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의 차질 없는 수행을 위해 한건주의식 생색내기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인사들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따라야 할 것이다.

또 최근 몇몇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노동정책 수행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의 노동정책 관련자들이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는 소리도 많다.

장관이건, 대통령수석비서관이건 대통령 앞에서 직언을 할 수 있는 강직하고 소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과거 비리에 연루되었던 인물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무튼 김대중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이 정권의 마지막 개각이라는 각오로 엄정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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