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설업체들 신개념 아파트 평면 개발 경쟁

  • 입력 2000년 8월 3일 18시 32분


“20평형대 아파트인데 수납 공간이 이렇게 많다니. 특히 주방 뒤편에 있어 창고 정도로만 쓰이는 뒷베란다에 40평형대 이상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보조 주방까지 있으니 너무 맘에 들어요.”

곧 결혼할 딸의 신혼집 마련을 위해 서울 강북구 미아동 삼성물산 모델하우스를 찾은 유숙자씨(60·서울 성동구 마장동)는 연방 감탄을 금치 못한다.

요즘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주부들 중에는 유씨처럼 기존 아파트에서 찾기 힘든 새로운 평면구조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실제 업체들의 평면 개발 경쟁은 치열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중에서도 주부들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주방에 개발 경쟁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거실이나 안방이 위치하기 쉬운 앞베란다쪽으로 주방을 배치(그림 1)한 것. 현대건설 설계팀 김연수차장은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아파트 생활의 중심 공간이 거실에서 주방과 식당으로 옮아가고 있어 뒤에 숨어 있던 주방을 전망이 좋은 아파트 전면에 배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수 변화에 따라 방 개수와 거실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가변형 설계를 채택한 아파트(그림 2)도 확산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거실 앞에 가족들의 취향에 맞는 테마공원을 꾸밀 수 있도록 앞베란다를 설계한 아파트(그림 3)도 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30평형대 아파트 뒷베란다에 바비큐테라스를 설치, 야외 식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평면(그림 4)을 개발하기도 했다.

화장실 변화도 눈길을 끈다. 20평형대에 화장실을 2개 두는 것은 기본이 됐다. SK건설은 일반적으로 은밀한 공간이어서 실내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하는 화장실을 측벽 쪽에 설치, 자연스럽게 환기가 되고 햇빛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평면(그림 5)을 개발했다.

이처럼 새로운 평면 개발 경쟁에 기름을 부은 것은 98년초 실시된 민영아파트 분양가 전면 자율화 조치.

LG건설 설계팀 김홍집차장은“그전에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업체들로선 새로운 평면을 연구 개발하거나 이를 적용할 때 생기는 건설 원가 상승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주택 보급률이 93%를 넘어서는 등 주택 수급이 안정된데다 쾌적하고 개성적인 실내 공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평면 개발 경쟁이 가속화됐다”고 덧붙였다.

쌍용건설 설계팀 김동환과장은 “앞으로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평면이나 외관이 똑같은 아파트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업체들이 그동안 개발한 평면을 다른 업체들이 복사하지 못하도록 저작권이나 실용신안 등록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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