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농구9단'허재 연봉협상도 '9단'일까

  • 입력 2000년 8월 2일 18시 37분


‘농구 9단’ 허재(35·삼보·사진)는 연봉 협상에서도 ‘입신의 경지’였다.

2000∼2001시즌 연봉 재계약에 앞서 허재는 ‘백지위임’의 카드를 내밀었다. 금액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기 어려우니 구단에서 알아서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시즌 허재의 연봉은 1억7500만원으로 랭킹 5위. 지난해에도 허재는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프런트에 모든 사항을 위임, 기대 이상의 수확을 얻어냈다.

그에게는 얼마 더 받고 덜 받는 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돈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프로에서 허재의 태도는 언뜻 보면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허재는 두세수 앞을 내다보고 있다는 게 주위의 얘기다.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팀 성적을 감안할 때 허재에게 연봉 인상 요인은 없다. 오히려 깎아도 시원찮을 판이라는 게 구단 프런트의 분석. 그러나 간판스타인 허재의 연봉에 무작정 칼자루를 휘두를 수도 없는 처지. 허재의 자존심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허재는 섣불리 요구액을 말했다가 삭감의 빌미를 제공하느니 팔짱끼고 지켜보겠다는 것.

허재의 포커페이스에 구단측은 한국농구연맹(KBL) 연봉 협상 시한인 지난달 31일을 넘겨가며 장고에 들어갔다. 2일에는 최형길 사무국장이 이홍선 구단주를 직접 만나 금액 조율에 나서기까지 했다.

구단의 전전긍긍에 아랑곳하지 않고 허재는 원주 숙소에서 다음 시즌에 대비한 팀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허재는 과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수 있을까.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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