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7월 27일 19시 1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많은 산업 디자이너들은 요즘 미국인들이 대단히 공격적인 느낌의 디자인에 점점 끌리고 있다고 말한다. 검은색 빨간색 하얀색 등 강렬한 색깔들과 모서리가 날카로운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가구에서 의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에서 사용자의 편안함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점점 쇠퇴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브루클린에 있는 프랫 학원의 산업디자인 교수인 브루스 한나는 젊은 학생들이 편안함보다는 거칠고 고통스러운 것을 강조하는 디자인에 끌리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의 패션에서도 똑같은 극단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나이가 지긋한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이 사고 싶은 물건을 시장에서 거의 발견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 디트로이트의 디자인 학원에서 산업디자인과를 이끌고 있는 클라이드 폴스(56)는 여름 휴가 때 쓸 라디오를 사고 싶었으나 온통 날카로운 디자인의 라디오밖에 없어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며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다스 베이더의 헬멧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공격적인 디자인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수수께끼이다. 디자이너들과 시장 조사원들은 폭력적이고 이국적이며 위협적인 모양의 인조인간과 외계인들이 등장하는 컴퓨터 게임을 가장 많이 지적한다. 시절이 좋을 때 사람들의 행동이 오히려 악화된다는 카를 융의 주장을 들먹이며 냉전의 종식과 미국 경제의 호황으로 인해 미국인들이 폭력에 대한 공포를 포함한 자신들의 깊숙한 느낌들을 더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일부 디자이너들은 범죄율이 감소했는데도 미국인들은 여전히 범죄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을 지적하기도 한다.
P&G, 포드, 제너럴모터스 등 대기업을 위해 소비자 심리조사를 하는 ‘아키타입 디스커버리즈 월드와이드’의 클로테어 라파이유 사장은 미국이 어떤 의미에서는 중세 사회처럼 변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마치 중세의 성처럼 각종 안전장치와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는 아파트와 사무실 건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파이유는 미국인들이 느끼고 있는 범죄에 대한 공포는 “현실이 아니라 느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review/072300style―crime―review.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