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터널의 끝 안보이는 '교육파행 6년'

  • 입력 2000년 7월 21일 19시 07분


상문고 '재단복귀 반대' 삭발행사
상문고 '재단복귀 반대' 삭발행사
옛 재단 이사진의 복귀로 다시 촉발된 서울 상문고 사태가 국회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4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상문고 사태에 대한 특별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상문고 사태 일지>

1994.2 교사 양심선언으로 상춘식 前교장의 공금횡령,성적조작 폭로
1994.3서울시 교육청,임시이사 파견
1999.12 교육청,횡령금 변제조건으로 이우자씨등 이사취임승인
2000.2 교육청,교사들 반발로 취임승인 취소하고 임시이사 파견
2000.6서울행정법원,이사진 취임승인 취소가 부당하다고 판결
1999.12 교사,학생들 수업거부 시위. 교육청,서울 고등법원에 항소

상문고는 국회 교육위의 단골 메뉴. 국회는 이미 94년 상문고 청문회를 연 적이 있으며 올해 초 국회 교육위가 특별 보고를 받을 정도로 상문고 사태는 뿌리가 깊다.

▼설립자가 횡령-성적조작▼

▽사태의 전말〓72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문을 연 상문고는 명문대 합격률이 높아 강남의 신흥 명문고로 불렸지만 전형적인 사립학교 재단 비리의 전형으로 떠올랐다.

94년 3월 당시 교장이던 상춘식(尙椿植·59)씨가 학부모들이 낸 찬조금과 보충 수업비 17억3567만여원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 기소된 것. 이후 상문고생이 교사들은 학교 법인인 동인학원 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해지자 서울시 교육청은 임시이사(관선이사)를 파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상씨의 부인 이우자(李優子·58)씨 등이 횡령금 변제 등을 약속한 학교 정상화 계획서를 제출하자 이씨 등을 새 이사진으로 승인했다.

▼새이사진에 부인등 포함▼

이로써 상문고의 5년 8개월간의 임시이사 체제는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들은 이를 사실상 상씨의 복귀로 받아들여 교육청을 점거 농성하는 등 2차 상문고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 교육위도 교육청의 조치를 비판하자 시교육청은 올 2월초 이사진 취임승인을 취소하고 다시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이씨 등은 시교육청 조치에 반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29일 승소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다시 시위를 벌였으며 학생들은 5일부터 수업거부에 들어갔다. 3차 상문고 사태가 터진 것이다.

상문고 1, 2학년생은 기말시험을 치르지 않고 15일부터 조기 방학에 들어갔으며 3학년생은 이번 주 기말고사를 보고 22일 방학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이 사태는 ‘잠복기’를 맞았다.

▽대책과 전망〓시교육청은 18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행정법원은 “교육청이 교사들의 불법적 시위에 굴복해 새 이사진이 학교를 운영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했지만 시교육청은 학교가 마비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항변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항소심 판결이 날 때까지는 이씨 등이 학교를 운영할 권한을 갖고 있어 불씨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는 형국이다. 교사와 학생들은 “비리로 쫓겨난 이사진을 다시 학교로 돌아오도록 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은 항소를 포기하고 학교의 파행을 이유로 다시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지만 이는 법원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여서 당사자끼리의 타협에 주력하고 있다.

▼학생-교사 등 강력 반발▼

시교육청은 재단 교사 학부모 등이 고루 참여하는 ‘상문고 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재단측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원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재단측은 교사와 학생들의 불신을 감안해 “학교 운영에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

현재로선 당사자간의 원만한 협조와 양보만이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지만 3차에 걸친 ‘대결’로 감정이 서로 격앙된 상태여서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셈이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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