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 워크아웃 社主 나가야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50분


일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들의 경영 부실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 대통령이 나서 “은행이 적당히 봐주니 어려운 워크아웃 기업들이 계열기업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할 정도가 됐다.

감자(減資) 조치 등을 통해 지분이 2∼3%에 불과한 사주들이 사유물처럼 기업의 인사와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감독기관이 그동안 사정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곳 저곳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작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미주그룹은 5월말 현재 계열사 매각 등 자구노력 이행 실적이 10%를 조금 넘어섰다. 그런데도 박상희(朴相熙) 회장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직책을 유지하면서 국회에 진출했다. 더욱이 금융감독위원회를 소관업무로 다루는 정무위에 배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주채권은행인 서울은행에 4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니 미주그룹은 국민 부담으로 살아난 기업이다. 이런 형편에 박회장은 모 대학교에 2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어이없는 허세를 부리고 다녔다.

채권단에 추가자금 1551억원을 요청한 우방그룹 이순목(李淳牧)회장은 여전히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한국주택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사재 출연에 소극적인 고합 장치혁(張致赫)회장은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을 챙기며 전경련 남북경협위원장으로 활동한다.

사주들이 퇴진한 뒤 전문경영인이 꾸려나가는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동아건설 경영진은 하청업자들로부터 받아 조성한 비자금으로 선거판에 돈을 뿌렸고 은행이 파견한 경영관리단은 감독을 소홀히 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처럼 일부 사주들이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고 새로 영입된 전문경영인들도 방만한 경영을 하는 판이니 부실경영 책임을 지고 퇴진했던 일부 사주들까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던지 복귀를 시도하는 형편이다.

워크아웃 기업들이 협약기간 내에 회사를 정상화하지 못하면 결국 은행 부실로 이어져 국민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달말까지 44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실사를 벌여 이를 토대로 사주와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거듭 밝히고 있다.

실사결과 문제가 드러난 사주는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워크아웃 기업의 모럴 해저드를 적당히 봐준 은행과 경영관리단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기 회사도 부실로 만든 기업주들이 중요한 협회장이나 단체장을 맡아 돌아다니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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