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갈림길 증시 어디로 가나…변동률―거래량 급감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39분


요즘 데이트레이더(주식 초단기매매자)들이 의외로 고전중이다. 주가 흐름을 따라잡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동원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거래소 주가지수의 일간 및 일중 변동률은 작년 6월이후 가장 낮았다. 코스닥지수의 변동률도 올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는 급속히 위축돼가고 있다. 거래소 거래량은 11일 8억4997만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줄곧 줄어 14일 3억주대로 줄어들고 있다. 코스닥은 이날 2억주를 밑돌았다.

지수가 급락하는 가운데 우선주가 89개나 상한가를 치고 일부 관리종목들이 강세를 보이는 이상 현상도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동원경제연구소 정훈석 선임연구원은 “많지 않은 돈이 증시 전체로 분산돼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면서 주가를 어느정도 올린 다음에 나타나는 피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신성호 투자전략부장은 “적당히 활용할만한 테마가 없는 매매기준 공백 상태”로 요약했다.

신한증권 리서치센터 정의석부장은 “수급개선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나타난 이상상승세가 끝나가는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상무는 “거시적으로는 8∼11월을 사실상의 시한으로 전개될 2차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시장이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한마디로 종합하면 지금 증시는 갈림길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의견 차가 크지만 “대체로 매기의 중심이 저가주에서 실적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감을 얻고 있다.

대우증권 신부장은 “매매 기준지표가 PBR(주가/주당순자산가치)에서 PER(주가/주당순이익)로 점차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달리말하면 저가주에서 실적주로 관심이 이동한다는 것. 따라서 당분간 이어질 박스권주가를 가장 먼저 뚫는 종목은 중소형 저PER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신한증권 정부장은 “유동성 증가 기대에 근거한 금융장세가 그 기대를 검증하는 실적장세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신권에 새 돈이 들어와 기관이 매수여력을 갖게 되더라도 주식 보유비중이 30%에 달한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상무는 “자금시장 경색 지속과 2차 기업구조조정 본격화에 따라 중견이하 기업들과 중소 하청업체들의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금융 구조조정과 민간기업들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맞물리면 8∼9월의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자금시장이 기업 상황에 민감한 것은 역으로 보면 그만큼 시장메카니즘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대우의 경우 근본적 해법을 찾아내는데 3년이나 걸렸으나 새한의 경우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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