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동강댐 백지화이후]래프팅 인파로 쓰레기 몸살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28분


“래프팅(급류타기)객이 몰려오면서 그 흔하던 메기나 퉁수같은 물고기와 비오리를 볼 수가 없습니다. 물 색깔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강원 영월군 동강 하류에 사는 정규화(丁奎和·54)씨는 “사람이 최고의 오염원”이라며 “이대로 두면 동강 주변은 댐건설 때보다도 훨씬 더 못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댐건설 백지화 결정(6월5일)이후 한달여가 지난 요즘 동강 일대는 휴가철을 맞아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댐백지화 후 동강 보존과 관련한 정부의 후속 조치가 전혀 없기 때문. 이 속에서 업자들의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요즘 동강에는 평일 1000여명, 주말이면 보통 3000∼6000명이 몰려들고 있다. 전국에서 1만5000여명이 몰려온 16일 가운리 일대의 강변은 관광버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영월 평창 정선군에 신고된 래프팅업체는 60여개. 2년 전의 3개에 비해 20배로 늘어난 것이다. 등록 보트만도 440여대나 되지만 불법 보트까지 합치면 보트 수는 훨씬 더 많다.

동강 일대 래프팅객을 관리하는 법은 환경과는 무관한 수상안전레저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래프팅 출발지와 도착지 이외의 지역에 대한 보트 접안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곳곳에 접안해 래프팅객을 내려준다.

영월 동강보존본부 엄삼용(嚴三鎔·33)사무국장은 “보트들이 몰리면 강 전체를 메워 내려가게 되는데 이때 물고기들은 아예 강의 수면 근처로 나오지를 못한다”며 “특히 산란기에 이뤄지는 래프팅은 산란탑을 망가뜨려 치어들의 성장 환경을 완전히 파괴한다”고 우려했다.

주민 김민규(金民圭·30)씨는 “고성리 덕천∼영월 섭새코스는 래프팅으로 7시간이나 걸리지만 중간에 화장실이 없다. 생리적으로 배출을 할 수밖에 없는데 어디다 하겠는가. 누군가 래프팅 하다 물 속에 뛰어들면 볼일 보는 것으로 간주할 정도다”라고 말한다.

보트를 강변에 대고 밭 등에 배설한 것들도 비가 오면 물에 휩쓸려 들어간다. 수상안전레저법에 이용객 100명당 이동화장실 1개, 쓰레기 분리수거함 3개 이상을 설치하도록 정해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섭새강변의 경우 쓰레기 분리수거함은 1개도 보이지 않았다.

외지인들이 수석이나 돌단풍, 회양목 등의 분재용 식물을 채취하기 위해 강 유역을 뒤지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한밤중에 지역 요식업자들이 그물이나 투망을 이용한 어로행위를 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다슬기진액사업자들의 다슬기 그물망 채취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로 인해 동강 유역의 다슬기는 전년 대비 70% 이상 줄었다는 현지인들의 지적이다.

영월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규제 관리가 쉽지 않고 홍수조절댐 논의가 진행중이어서 댐 백지화가 실제 이뤄질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위로부터 아무런 지침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엄사무국장은“온 국민이 댐 건설을 반대한 이유는 동강이 한국의 마지막 비경이자 생태계 보고라는 점 때문”이라며 “이런 식으로 방치된다면 환경보전지역이나 생태관광지구로 지정되기도 전에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월〓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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