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실리콘밸리 통신]끝나지 않은 '골드 러시'

  • 입력 2000년 7월 16일 19시 18분


실리콘밸리에 가기 위해선 우선 이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름다운 항구, 연인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와 맞닿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길은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와 같은 하이웨이 280번과 101번이 있다. 280번은 자연과 교감하는 최고의 환경을 갖춘 주거단지를 따라 뻗어있다. 신흥 ‘베벌리 힐스’로 부상한 ‘로스알토스 힐’을 지날 때면 거부들의 성채에 한눈 팔기 십상. 하지만 부자들을 닮아 오만한 사슴들의 길 건너기까지 챙겨 주어야 한다. 반면 101번은 상가와 공장지대, 그리고 사무실 단지를 훑어 내려오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상징이다.

실리콘밸리는 1971년 단 호플러라는 언론인이 주간 ‘전자신문’에 샌프란시스코 동남단 밸리지역의 컴퓨터 산업에 대해 연재한 이래 새롭게 태어난 지명이다. 1998년에 나온 ‘실리콘밸리 인덱스’라는 책자는 이 지역 27개 도시를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묶고 있다.

사실 캘리포니아의 역사는 인디언 원주민과 함께 한 1만2000년의 역사이지만 실리콘밸리를 구체적으로 더듬게 해주는 건 약 150년 전에 불어닥친 ‘골드러시’ 열풍이다. 골드러시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아메리칸 리버’에서 금노다지를 캐던 얘기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은 금문교. 그러나 풋볼팀 ‘49ers’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이름은 우리의 장보고 함대나 세종로, 을지로 만큼이나 역사적인 이름이다. 1849년은 골드러시를 불러일으킨 아주 의미있는 해였다. 49ers는 역사적인 1849년의 끝 두 자리 숫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이때 금광을 찾는 젊은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질기디 질긴 리바이스 청바지였다. 금광을 등에 업은 신흥 세력들은 오늘날로 치자면 캘리포니아의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태어난 셈이었다.

그렇게 금광의 신화로 시작된 캘리포니아의 유혹은 이제 150년이 지난 오늘 제2의 골드러시,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열기로 지구촌의 젊은이들을 유혹한다. 그들은 진정한 49ers 정신의 계승자가 아닐는지?

이윤선(재미교포)eyoon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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